증권가 구조조정 격화… "줄여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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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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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가 격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업계가 대대적으로 살을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몸집을 줄이지 않고선 같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2월 말 기준 90조2957억원으로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심화됐던 작년 10월 말 129조927억원보다도 무려 30% 가까이 급감했다. 이 기간 거래량은 100억8147만주에서 103억4543만주로 증가해 시각적으로 다소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인 중소형주에만 단기매수가 몰려 거래대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증권가를 명예퇴직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먼저 유진투자증권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뒤 오는 25일까지 이에 대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서를 중심으로 한 통폐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증시침체로 대형사로 도약하려 했던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직개편과 인원감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달 31일 유진투자증권은 명예퇴직 확정자에 대해 정식으로 퇴직 발령을 낼 예정이다.

증시침체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증권사가 회사 일부를 매각한다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일부 지점을 SK증권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 19일 거래소는 이에 대한 조회공시를 두 회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하나대투증권이 증권사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기 때문이 이런 소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작년 11월 임직원 1760명 가운데 200명을 명예퇴직이란 명목으로 내보냈다.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동시에 본사 임직원 다섯 명 가운데 하나는 증시침체로 투자자 발길이 뚝 끊긴 일선 영업점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실적부진을 이유로 대기발령이 이어지자 노사도 대립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연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신설부서로 대기발령해 노조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노조 관계자는 "옛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 당시에도 양사 55명을 ‘고객개척 태스크포스팀(TFT)'이란 특수영업팀으로 발령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희망퇴직 명분으로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증권가 리서치센터는 재계약 거절이란 공포에 휩싸여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에 속한 애널리스트는 "증시침체가 작년에 이어 해를 넘겨 지속되면서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이런 심리 때문에 부서 분위기도 극도로 침체돼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달 들어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있었던 자살 사건이나 결혼이 이유로 보이는 여성 애널리스트 해고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뒤숭숭하다"며 "여성 애널리스트 가운데 미혼인 경우는 결혼마저 미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증권사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모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서울지점을 포함한 전세계 지점을 대상으로 애널리스트 10%를 해고했다"며 "모건스탠리증권과 씨티증권도 각각 10명 이상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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