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빚 1년새 100%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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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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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10대그룹의 빚이 1년새 1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재벌닷컴은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산하 비금융 상장기업을 조사결과, 지난해말 순차입금 총액이 39조3553억원으로 전년 동월대비 106.1% 급증했다고 밝혔다.

순차입금은 장ㆍ단기 차입금과 사채, 유동성 장기부채 등을 합친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현금 등을 감안해 기업이 순수하게 진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순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SK로, 1년 새 6조원 넘는 빚이 늘어 2007년 말 11조1천996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에는 17조3천436억원으로 급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에너지가 인천정유를 합병하면서 대규모 차입금을 떠안은 데다 하나로통신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와 SK텔레콤의 순차입금은 1년 새 2조원 이상씩 늘어 작년 말 현재 순차입금 규모가 각각 6조2천201억원, 3조7천197억원에 달한다.

SK그룹 다음으로는 항공산업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한진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순차입금 규모가 커 각각 6조7천555억원, 6조7천506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인 현대제철과 해외 생산역량을 공격적으로 늘린 기아차의 순차입금이 크게 늘어 2007년 말 3조2천746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 5조8천792억원으로 79.5% 급증했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GS그룹(비상장사 GS칼텍스 포함)으로, 2007년 말 3천434억원이던 순차입금이 작년 말 3조1천658억원으로 821.9%나 급증했다.

이는 주력회사인 GS칼텍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과 원화가치 급락으로 원유 도입에 필요한 자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삼성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금성 자산이 총차입금보다 각각 8조638억원, 5천491억원씩 더 많았으며, LG그룹도 일년새 순차입금을 1조6천억원 이상 줄이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다.

◇ 이자비용도 급증…"구조조정만이 살길"
순차입금의 대부분은 이자를 지급하는 부채여서 순차입금이 급증할 경우 금융비용 또한 크게 늘어 경영을 압박하게 된다.

1년 새 순차입금이 6조원 넘게 늘어난 SK그룹은 이자비용도 급증해 2007년 7천636억원이던 이자비용이 작년에는 1조2천193억원으로 1년 새 59.7% 급증했다.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GS그룹도 이자비용이 급증해 2007년 1천841억원에서 지난해 3천988억원으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SK그룹 다음으로 이자비용이 큰 그룹은 현대차로 작년 한해 이자비용이 7천636억원에 달했으며, 한진(6천670억원), 금호아시아나(5천57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LG는 이자비용이 1년 새 1천억원 이상 줄었고, 롯데와 현대중공업그룹도 이자비용이 일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차입금이 늘어 이자비용도 증가한 반면 영업실적은 적자가 지속돼 사면초가에 빠진 느낌"이라며 다만 최근 회사채 금리가 낮아져 자금 조달이 쉬워진 것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세계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지만 최근 수년 새 무리한 설비투자와 M&A(인수.합병) 등에 나선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유, 자동차, 조선, 철강 등에서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무리한 M&A나 해외 생산기지 확장 등으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는 만큼 이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설비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우리 수출기업도 고환율에만 의존하지 말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과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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