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최고 신용등급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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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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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덩이 재정적자…장기 국채 수익률 급등 전망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 온 미국 국채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국채 매입 계획에 힘입어 미 국채 매입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급증하고 있는 재정적자가 미 국채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CNN머니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8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3000억 달러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국채 가격이 폭등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에 비해 0.5%포인트(50bp) 폭락한 2.52%를 기록했다. 지난 1987년 증시 대폭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야후파이낸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감안하면 미 국채가 안전자산이라는 통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 국채에 부여한 최고 신용등급(AAA)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브라이언 웨스베리 퍼스트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미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이들은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며 "미 국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품이 끼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야기하는 미 정부의 재정 확대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 미 국채의 수익률이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 의회예산국은 20일 오는 9월 끝나는 2009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8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연평균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적자 보전을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 국채 수익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

무디스도 외국 정부와 민간의 미 국채 보유량이 급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무디스는 이들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지난 회계연도 5조8000억 달러에서 올해 7조8000억 달러로 늘어나고 2010회계연도에는 9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채의 안전성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독립 신용평가사인 이건존스레이팅스는 이미 4년 전 미 국채에 부여했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했다. 션 이건 이건존스 회장은 "미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은 크지 않지만 미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이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투자자들에게는 디폴트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0여년간 미 국채의 신용도를 최고로 평가해온 무디스와 S&P는 등급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과 세수 대비 이자 비율이 미국과 같은 'AAA' 등급을 보유한 17개국과 비교해 무난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건 회장은 "S&P와 무디스는 미 국채의 신용등급을 낮추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미 국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먼저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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