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작년에 거둔 순이익은 사상 최대로 2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최고다. 이런 실적에 힘입어 국내 최대인 380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정이 여의치 않다. 세계 조선업황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대장주인 현대중공업도 이 여파를 피하기 힘들어졌다. 2002년 12월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3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7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연초부터 전날까지 9.52%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이 기간 코스피가 15.41% 급등한 데 비하면 저조한 수익률이다. 계열인 현대미포조선도 4.07%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는 이런 주가 흐름에 대해 작년 양호했던 성적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 실적을 투자자가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 시점에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다시 확대하며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조용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가 되면 1년 반 가까이 지속된 수주 '제로'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2년 인도분이 격감하면서 수주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점도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호재로 볼 수 있다.
조 연구원은 "국내ㆍ외 경쟁사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공급 격감이 예상되는 하반기부터 수주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대중공업은 수주 잔량을 2011년 인도분까지 3년치를 남겨 놓고 있다"며 "2007년 이후 30% 선가 상승과 원화 약세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 이후 추가적인 실적개선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조선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김홍균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군산 제2조선소 건설과 기존 조선소 도크 연장으로 생산설비를 늘렸으나 업황 악화로 이에 맞는 수주를 따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비대해진 몸집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주력 사업은 업황이 바닥인 데 비해 발을 빼 왔던 비주력 부문에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김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벌크선과 컨테이너 부문에서 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반면 전망이 밝은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비중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줄여 왔기 때문에 향후 수주에서 경쟁사에 뒤쳐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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