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스족, 진화한 약속다방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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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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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 영화전문기자 김모씨(26·여)는 노트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그가 하루에 전송하는 기사는 1~2건. 김씨는 “매일 영화를 보고 기사를 써야하기 때문에 차가운 사무실보다는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는 커피전문점이 더 아늑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고 일하거나 공부하는 신조류가 늘고 있다. 이들을 ‘코피스(Coffice·Coffee+Office)족’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커피전문점은 편안히 일하고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귀하는 코피스족입니까’라는 설문조사에서 총5971명 중 절반이 넘는 57.7%(3443명)가 ‘코피스보다는 회사 사무실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3회 이상 방문하는 열혈 코피스족은 3.3%인 195명, 한 달에 1~3회 이용하는 코피스족의 성향이 약간 있다고 밝힌 사람들은 22%(1311명)에 이르러 ‘커피전문점’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음악강사 류모(27·여)씨는 “미국에서도 스타벅스붐이 불었을 때 ‘나 starbucking해’ 라고 말할 정도로 코피스붐이 일었다”며 “한국의 커피전문점도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4년생 이모씨(22·여)는 “영어스터디를 일주일에 1,2번 정도 하는데, 다 같이 모일 장소가 적합하지 않아 주로 커피전문점을 이용한다”며 “다만 낮에는 사람들이 많아 혼자 조용히 공부하거나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약속다방 시절, 커피나 차 한 잔을 마시며 세상을 논하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공간의 연령이 젊어진 것 뿐”이라며 “앞으로 집도, 회사도 아니면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제3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만큼 주의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송기자 전모씨(25·여)는 “강남 대치동 한티역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커피전문점에서 브레인스토밍이 잘돼 이용을 자주했는데 요즘은 도난사건이 많이 일어나 이용하는 것이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연예인 지망생이 성형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316만원 상당의 노트북과 가방을 훔치다가 적발됐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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