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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엇박자 정책은 고통과 불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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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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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전만 하더라도 매수 문의 전화는 물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는데 오늘은 전화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들이 어떡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전화만 오고 있어요."(송파 잠실5단지 상가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주말이었던 지난 11일 토요일 오후. 강남에 나간 김에 잠실주공5단지를 들렀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던 터라 궁금하기도 했다. 또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는 부지 주변의 반응이 어떤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 중개업소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생각보다 차가운 반응이었다. 매수 문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 사정인즉 이렇다.

정부는 지난 2월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20% 이상 짓도록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없앴다. 대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전체 주택 수의 60% 이상만 지으면 되도록 관련 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했다. 지금까지는 60㎡이하 20%, 60㎡초과 85㎡이하 40%, 85㎡초과 40%를 지어야 했던 것을 85㎡이하 60%, 85㎡초과 40%로 완화해 60㎡이하 의무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9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주택을 의무적으로 20% 이상 짓도록 하는 소형의무비율을 존속시켰다. 즉, 과거처럼 60㎡이하 20%, 60㎡초과 85㎡이하 40%, 85㎡초과 40%씩 짓도록 한 것이다.

85㎡이하(가구수의 60%)에 대한 평형 배분은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한 것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60㎡이하 20% 규정을 존속시킨 것이다.

1~2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고, 저속득층을 위한 소형주택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존 비율을 유지키로 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입장에서는 "정부가 법을 개정했으니 지자체에서 알아서 따라오겠지" 하다가 한 방 먹은 꼴이 된 셈이다.

노무현 참여정부시절 만들어진 재건축 '소형의무비율'은 재건축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현안 중의 하나였다. 결국 이명박정부의 재건축 '대못뽑기' 정책에 따라 풀렸지만 정작 일선에서 원위치된 것이다.바뀌려던 것이 안 바뀌었으니 소비자의 관심이 멀어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소형주택의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소형주택을 꼭 재건축을 통해서만 공급이 가능한 것인지 긍금하다. 또 재건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소형 주택이 보급될런지도 의문이고 이에 따른 문제점이나 갈등은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은 어떡하면 침체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어려운 시기다. 그래서 재건축 뿐만 아니라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고 또 푸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풀었지만 지자체는 묶어 버리면 정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효과 반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정책의 엇박자는 백성의 피해와 고통, 불신만 부를 뿐이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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