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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증권업계 인턴십 실시현황'을 보면 올해 인턴사원 채용 규모는 1020명에 이른다. 인턴사원 채용으로 공개채용이 사라져 정식으로 증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굳게 닫혔다. 작년까지 3000명 내외 신입사원을 뽑았던 것과 비교가 된다. A증권사는 작년 상반기에 80명을 신규채용했지만 올해는 아직 공채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1월에 뽑은 인턴 50명을 50명 더 뽑아 100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뿐이다. B증권사는 작년 상반기에 140명을 선발했지만 이번엔 3분의 1 수준인 50명만 뽑고 나머지는 인턴으로 채울 예정이다.
증권사는 정부 정책인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답시고 인턴사원을 뽑았지만 서류 복사나 물건 정리 같은 허드렛일만 시키고 있다. 증권업을 익히려고 인턴이 됐지만 그럴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턴사원이 된 과정이 정식 신입사원에 비해 수월한 것도 아니었다. 석ㆍ박사 학위자까지 몰려 여느 해 공채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작년까지 다른 증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며 올해를 노렸다. 하지만 신입사원 공채가 전혀 없어 당황스럽다." 졸업을 2년 연속 미루고 증권사 취업을 준비해 온 C증권사 인턴사원 강모(28)씨는 눈앞이 캄캄하다. 관련 자격증만 3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내 교육자료 정리로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인턴사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부 증권사만 인턴사원 경험자가 공채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증권업계는 인턴사원을 늘리긴 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에 대해선 회사가 결정할 사안이란 입장이다. 정부도 사기업 채용에 당국이 직접 관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당국과 업계가 눈치만 보는 탓에 소중한 인적자원이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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