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으로 집중되던 시중자금이 후순위채와 부동산 등 높은 수익을 따라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 시중자금의 대대적인 이동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14일 판매한 후순위채에 294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금리는 연 5.7%로 지난 11월 발행한 연 7.7%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에도 불구하고 첫날 판매는 11월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권의 후순위채 판매는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연 7%대 후반의 금리로 약 3조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팔았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연 7.7%로 1조원 어치의 후순위채를 판매했다.
우리은행은 11월부터 1조3000억원, 하나은행은 약 5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팔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4월 초까지 판매한 후순위채는 9조1000억원, 하이브리드채는 4조4000억원에 달한다. 금리는 주로 연 7~8%대로 적용됐다.
저축은행권 역시 시중자금을 끌어 오기 위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해 연 4.8%로 끌어 올렸다.
삼화저축은행은 이달 들어 1년 만기 예금금리를 연 4.7%에서 연 4.9%로 인상했고 프라임저축은행과 신민저축은행은 지난달 정기예금 금리를 연 4.8%로 끌어올렸다.
더블유저축은행은 지난 9일부터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해 5%로 조정했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증시 강세와 은행 후순위채의 인기로 자금 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3163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6년 11월에 4조2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매매 가격은 3월말 이후 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간 단위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은 10개월만에 처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남에 급매물로 나온 수십억원대 상가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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