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퇴로 궁지에 몰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경기회복이 요원하다는 전망에 따라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크게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도 M&A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한몫했다.
글로벌 M&A 규모 추이 (단위:10억 달러·출처:WSJ) |
물론 기업들의 현금 보유고가 두둑할 때는 독성풋이 큰 문제가 안된다.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으면 회사채 가격도 함께 뛰기 때문에 액면가를 보상해 주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채권자들도 손해를 감수하고 회사채를 매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업들이 최악의 자금난에 처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휴지조각에 불과한 회사채를 액면가로 사들이는 건 보통 손해가 아니다.
이런 경우 매수기업은 보통 회사채를 새로 발행한다. 하지만 새 회사채에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수익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한 M&A 전문가는 "독성풋 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딜이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미국 지역 전화회사인 센추리텔이 엠바크를 인수했을 때도 독성풋이 문제가 됐다. 당시 엠바크는 경쟁사인 윈드스트림과 합병해 센추리텔의 공격에 저항하려 했지만 독성풋 탓에 합병은 무산됐다.
때문에 기업의 유동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매각을 통한 회생 기회를 잃게 될 공산이 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대로 세계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처럼 자금 조달 능력이 큰 일부 기업들이 M&A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화이자는 최근 경쟁사인 와이어스를 680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지난 2000년 글락소가 스미스클라인을 76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업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거래였다.
신문은 독성풋으로 인해 M&A시장에서 채권자들의 입지가 커져 향후 수년 내에 M&A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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