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2006 핵실험 등 위기에 대한 내성 강화
‘서울 50Km 발언’…94년 라면 사재기 동요 안 일어나
북, ‘총동원령’ 등 강경대응시 우리 대외신인도 ‘타격’
북한이 오는 21일 개성에서 남북접촉을 제의하면서 개성공단 패쇄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6자회담 거부 및 핵 억제력 강화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한국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2002년 제2연평해전이나 2006년 핵실험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가 북한 리스크에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18일 “이명박 역적 패당은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50㎞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1994년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경고를 했지만 ‘라면 사재기’ 같은 동요는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일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은 19일 “통상 북한은 긴장상황을 고조시키면서 조만간 협상에 들어가곤 했다”며 “로켓 발사, 북핵 강화 등 잇단 쇼크에 한국 경제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이 문제에 면역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국민들은 경제력이 우리와 50배나 차이나는 북한이 조만간 협상에 들어가 긴장이 해소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들면서 “2006년 핵실험 때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은 길어야 일주일이었다”며 “2002년 제2연평해전이나 2003년 북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때도 대외신인도 전망치가 내려간 적이 있었으나 다시 반등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등에 따라 긴장관계가 장기화될 때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선전포고로 규정한 대량살상무기 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검토하고 있어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북한이 정부가 예상치 못한 ‘개성공단 전면 폐쇄’나 ‘전투태세 돌입·총동원령’을 선포한다면 한반도 리스크는 크게 증폭돼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북한은 그간 제기됐던 ‘벼랑 끝 전술을 펴면서 말로만 강경하고 실체는 없다’란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강경한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의 최근 대응은 사전에 치밀히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안보리 의장성명 때 6자회담을 거부했다면 PSI 전면참여 때는 ‘군 총동원령’ 등 강경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전투준비태세’를 선언한다면 우리의 대외신인도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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