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곽영훈 칼럼) 지금 시점에서 경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5-18 13:1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앞으로 경기는 어떻게 됩니까?"

이는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최근에는 정확한 경기전망이 필요한 회사 경영자나 자산 운용가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전망을 제공해야 하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질문이 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을 보면 꼭 정확한 답을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푸념에 가깝다.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뚜렷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며, 가변성이 높아져서 그만큼 예측이 어려운 까닭일 것이다.

일전에 한 언론에서 정책당국의 전망치 변화를 조사해 공개한 것을 보았는데 4~5개월 만에 +2%에서 -2%로 급락한 그래프가 마치 몇 년간의 GDP성장률 추세를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같은 기간 민간기관의 전망치 조정은 그보다 더 큰 편차를 보였다.

심지어 IMF와 같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마저도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수시로 수정전망을 제시하였고, 그 때마다 경기의 맥락을 새로 잡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망치를 크게 조정해왔다.

경기라는 것이 금융시장의 가격변수처럼 순간순간 달라지는 것도 아닐텐데 마치 금리나 주가환율처럼 매일매일 변하는 것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경기의 흐름은 도도하게 이어지고 있을 것이며 단지 우리가 과도한 정보나 잘못된 평가로서 정확한 그림을 보고 있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기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정해진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경기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다른 점들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쇼크로 기존의 금융, 경제시스템이 붕괴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경제전망이 달라질 것이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에도 경제 및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손상을 입었는지를 알아야 경기흐름을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이라면 경제전망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경우 현상적으로 보면 IB 등 금융기관들이 몰락하였고,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시장이 극단적으로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파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면도 있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 하에서의 경기전망이 전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어렵지만 설명력 또는 예측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범위를 좁혀 국내의 경제와 금융의 시스템은 어떤 상태일까?

이 역시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인해 후퇴가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높은 노출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스템과의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국내경제와 금융의 시스템에 한정해 본다면 기존의 순환적인 측면에서 국내경제를 전망해도 아직은 유효한 방법이라고 본다.
즉, 순환적인 측면에서 국내경제가 하반기부터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틀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둘째, 위기의 변형을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국내경제의 손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낸 부분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즉 지나친 원화약세현상이었다. 외환시장의 혼란이 가장 유력한 위기의 진원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의 훈풍,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가 되고, 우리 외환시장의 협소함마저 부각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지나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즉 원화강세가 진행다면 외환시장의 위기는 이전과는 정반대의 변형된 형태로 국내경제에 치명상을 안길 수도 있다.

또한 세계경제를 디플레이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려는 각국의 노력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제어불능 상태가 되어 인플레이션으로 변형된다면 국내경제는 내수기반마저 무너지는 극한 상황의 위기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 다시 말해 위기의 변형이 발생할지에 대한 예측은 이에 따른 정책대응과 더불어 국내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수도 있다. 

셋째, 금융위기의 지속성과 그 변형도 경제전망에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국가 또는 기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기관 등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이를 사전에 파악하려는 목적에서 수행된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문제는 정책대응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끄더라도 그 이후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으며, 위기가 다른 형태로 변형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기전망에 대한 높은 불투명성을 제공하는 요인인 셈이다.

금융과 실물의 연계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향후의 경기회복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경기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도 크다. 어쩌면 현 시점은 경기침체가 가속화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순간인지도 모를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