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드업계가 떨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과 높은 이자를 챙기고 있는 신용카드업계에 철퇴를 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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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금융부 차장 |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신용카드업계가 엄청난 이자를 물리면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칼자루에서 칼을 빼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미국 14대 신용카드회사 최고경영자들은 당장 23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야 한다.
'미국은 신용사회'라고 할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나라다. 그러나 신용카드업계는 이같은 보편성을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왔다.
낮은 이자로 고객을 모신다는 미끼를 던져놓고 나중에 일방적인 금리인상은 물론 한시간만 연체해도 엄청난 벌칙성 금리를 적용한다.
30페이지가 넘는 복잡한 약관을 이용해 신용상태가 불량해진 고객에 대해서는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초고금리를 때린다.
문제는 카드사를 비롯한 미국의 금융권이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에 힘입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가 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를 잡지 않을 경우, 위기를 극복하기도 전에 2차 금융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오바마 행정부를 옥죄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작금의 미국 카드업계는 마치 2003년 한국 카드 대란의 전야 분위기다.
무분별한 고객 유치와 과도한 경쟁, 부실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에 빠진 카드업계가 자성하기는커녕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닮은 꼴이다.
6년전 홍역을 치른 우리 카드업계도 그다지 개선된 점이 보이지 않는다.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대금 결제기간을 단축하는 등 자구책을 찾기 보다는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외환카드는 이달 들어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율을 0.50%에서 0.55%로 인상했고 삼성카드는 은행 영업시간 기준 현금지급서비스의 건당 수수료를 600원에서 800원으로 끌어 올렸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등 다른 전업 카드사와 대구·부산은행 등 은행계 카드사들 역시 지난해말부터 일제히 현금서비스 취급 수수료율을 0.05~0.10%포인트 인상했다.
카드대란 당시 공적자금을 수혈 받으며 회생한 카드사들이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오죽하면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을까.
신용카드업계는 금융위기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울상이지만 고객이 영원한 봉일 수는 없다.
남에게 의존하는 생존은 오래 가지 못한다. 자생(自生)하는 조직만이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카드업계에 불고 있는 태풍을 주시해야 할 이유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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