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금요일 오후 3시.
한국은행 본관 1층 엘레베이터부터 정문까지 한은 직원들이 2열로 사열했다. 한은의 고위 임원이 퇴임할 때 늘상하던 대로다.
잠시 뒤 김병화, 윤한근 전부총재보의 모습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 후 각각 관용차에 오른 전임 부총재들은 그대로 한은을 떠났다. 30년 넘게 일해온 조직과의 작별인사가 이렇게 이뤄졌다.
잠시뒤 3시 50분 경, 한은 인사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21명의 국·실장급과 3명의 1급 이동이라는 대대적 인선을 다룬 내용이었다.
한은은 이번 인선을 통해 젊은 층을 대대적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한은의 핵심부서인 조사국장에 이상우(1957년생) 전 정책기획국 부국장, 금융시장국장에 민성기(1958년생) 전 공보실장이 자리했다. 이전 국장들에 비해 5살 정도 젊어진 인선이다.
또 류후구 뉴욕사무소장과 김명기 워싱턴주재원을 불러들여 각각 금융안정분석국장, 경제통계국장에 앉힌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한은 관계자들은 새로 발령된 국장들의 성향이 공격적인 데다 추진력이 강해 정적(靜的)이던 한은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인선과 맞물린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한은법 개정이다.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에 조사권 및 감사권을 부여해 금융감독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은 법 개정을 염두하고 인선을 실시한 것이다.
현재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멈춰있는 상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성태 총재가 나서 개정안 통과 의지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감사권은 물론 통화정책, 발권력, 외환관리 등의 '돈'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의 소극적 업무에서 탈피해 보다 많은 권한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한은은 이 같은 기능을 갖춘 '막강' 중앙은행의 탄생을 위해 대규모 인사 등 사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안정'이라는 잠에 빠졌던 거인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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