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신용보장보험 "고객 몰래 가입시켜"

# A카드사 고객인 김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보장보험료가 매월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 개월 전 카드사 텔레마케터와 통화를 하면서 신용보장보험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이 화근이었다. 업무 시간이라 설명 도중에 전화를 끊었지만 카드사는 김씨 몰래 신용보장보험에 가입시킨 후 매월 2만4000원 가량을 서비스 이용료로 빼갔다.

신용카드사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신용보장보험에 가입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화상으로 간단한 신원 확인만 하면 가입이 가능하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29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용보장보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삼성카드, 현대카드,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4곳이다.

신용보장보험은 매월 청구되는 카드대금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받고, 고객이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 등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져 정상적인 대금 결제가 어려울 때 카드대금을 면제해주거나 연체 이자 없이 결제기간을 유예해주는 서비스다.

지난 2005년 9월 삼성카드가 업계 최초로 관련 서비스를 실시한 후 각 카드사들은 신용보장보험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삼성카드의 유효회원 중 8.82%가 신용보장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현대카드는 4월 기준 11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입 과정에서 텔레마케터들이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고객의 확답 없이 가입시키는 사례가 많아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관계자는 "요즘은 상담 과정이 모두 녹취가 되지만 텔레마케터들이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 보면 이같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비슷한 내용의 민원들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의 의사에 반하는 억지 가입이 있었다면 해당 금액은 환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신용보장보험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부가서비스이며 고객의 동의를 얻은 후 가입시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텔레마케터들이 휴면회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카드 상품을 홍보하면서 신용보장보험도 함께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쁜 의도는 아니고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보장보험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은 0.4~0.5% 수준에 불과하다"며 "카드사들이 가입 고객을 늘려 수익을 내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해 카드 신규 가입시 가입약관에 신용보장보험 가입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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