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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울리히벡이 말하는 위험이라고 하는 것을 식품을 통해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식품안전이 우리사회에 과도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이 같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시민들이 먹을거리로부터 가장 먼저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식품안전은 단순히 식품만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위험을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고 느끼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조류독감, 광우병 등 새로운 식품이나 질병의 유입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과 연관돼 있다. 식품안전행정이 다른 어떤 행정체계보다 어렵고 논란이 많으며,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문화적 독창성과 건강성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우리는 불행히도 식품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됐다. 국민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입농산물에 식탁을 내어주고 기업의 각종 마케팅에 속고, 위생관리도 안 되는 행정의 비효율에 분개하면서 연일 터지는 식품사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안전관리체계는 생산중심의 고전적 관리체계에 따라, 다양한 법률 및 조직, 기능이 다원화 되어있다. 식품안전사고가 대규모화되어 가고 있으며 수입국으로부터 발생하는 대형사건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식품안전행정체계의 핵심은 권위를 가지며 독립적이고, 즉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재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지자체의 식품위생업무 집중화다. 1995년 지자체 출범이후 식품위생업무의 99.8%가 지자체로 이관됐으나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효과적인 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총 감시 731,787건의 적발률을 보면 전체 적발률 중 식약청이 20.7%, 시, 도는 15.9%였으며 특히 식품제조, 가공업을 대상으로 한 적발률은 식약청이 40.0%로 시도의 16.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지자체가 식품안전보다는 지역경제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행정을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상적인 식품위생업무에 있어서 지자체의 역할과 활동성의 공개와 비교 등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식품안전 이슈가 전문화, 글로벌화 되면서 정부의 역할만으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시장의 상황은 변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기업은 정부의 최종적인 결정만을 기다리고 명령하달식의 안전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이 여전히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자체 제품에 대해 너무 무지하거나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깊이 반성해봐야 할 일이다.
소비자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는 단지 잘 조리해서 배부르게 먹는 것 뿐 아니라 이왕이면 더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건강한 먹을거리가 되도록 하는 ‘건강성’에 까지 미치고 있다. 사회변화와 요구에 걸맞은 새로운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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