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100만불 용처 정리해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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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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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1일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가 끝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조사 전까지는 신중 모드를 보였다면 조사 후에는 "검찰이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는 직설적 반응을 보일 정도로 무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표정이다.

이는 소환조사를 통해 검찰이 갖고 있는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간접적으로 엿볼 기회를 가졌고, 현재로선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반박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실장은 "지금까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내용을 알 길이 없어 상당히 제약을 받았다"며 "그러나 어제 검찰 질문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박 회장 진술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봉하마을 핵심 관계자도 "검찰이 내놓은 것 중에 우리의 진실을 깰만한 것이 없었다"며 "결국 검찰이 회심의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물증이 아닌 박 회장의 진술에 의존해있다고 보고 향후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깨기 위한 반증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기정사실화하고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준비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문 전 실장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면 기록이 있을텐데 검찰이 그것도 확보하지 못한 것같다"며 "박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면 결국 믿을 수 없는 진술이 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런 자신감 탓인지 노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 조사에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한 100만달러의 용처에 대해 "집사람(권양숙 여사)이 받아썼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종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급적 빨리 정리해서 제시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집사람 설명을 들어보면 잘 기억을 못하는 부분도 있고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들은 얘기를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실제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집사람이 제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설득해 정리가 되는대로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실장은 지난 11일 권 여사가 부산지검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100만달러의 용처와 관련, 채무변제 외에 자녀 학비 등 생활비로도 썼다고 진술한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는 "당시 검찰 진술에서 권 여사는 '정치활동을 하느라고 생긴 채무나 생활비'라고 했고, 그 생활비 속에는 학비같은 것이 부분적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정도로 포괄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달러의 일부가 아들 건호씨 유학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시인한 것으로서, 이제는 이 내용을 공개해도 노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실장이 권 여사에 대한 검찰의 재소환 요구에 대해 "앞으로 권 여사가 조사를 받으러 갈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재소환 필요성에 대해 납득이 가면 그 때는 응할 것"이라는 긍정적 답변을 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문 전 실장은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에서 신병처리 여부에 대한 우리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며 "다만 검찰이 신중하고 사려깊게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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