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박연차 대질 불발…원인 놓고 논란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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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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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이에 대질조사가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대질을 거부했다고 밝혔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은 박 회장이 대질 조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일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의 대질을 거부했다"며 "대질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문재인 변호사는 이날 "조사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는데 박 회장도 대질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런 대화 내용이 조서에도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대질 의사가 없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의 거부로 대질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검찰이 공식 발표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풍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회장의 변호인인 공창희 변호사는 "박 회장이 대질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에 나서 '대질 논란'이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대질이 불발된 후 박 회장에게서 '대질을 원했으나 노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받아뒀다"면서 "진실게임 이런 건 우리가 원하지도 않고 전혀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강하게 불쾌함을 표시했다.

대질이 무산된 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을 잠시 만나 "고생이 많다. 자유로워지면 만나자. 대질은 내가 안한다고 했다"고 말했고, 박 회장이 "저도 괴롭다. 건강 잘 챙기시라"고 답한 것 이외에는 대질 희망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은 검찰이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대질계획을 밝히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상태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브리핑에서 "오후 11시부터 대질을 할 계획"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아직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브리핑을 마친 직후 대질 여부를 협의중이라고 한 발 물러섰고 결국 오후 11시30분께 노 전 대통령의 거부로 대질이 성사되지 않은 채 조사가 끝났으며 아쉽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거절한 후에도 재차 권하고 또다시 거부당한 후에는 박 회장 얼굴이라도 보도록 주선해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불편한' 만남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 진술이 배치되는 상황에서 대질을 하거나 혹은 얼굴만 맞대더라도 심경의 변화에 따른 진술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 회장을 8시간 이상 대기시키면서 '대질카드'를 비축해뒀던 것이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분명히 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박 회장의 진술밖에는 뚜렷한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한 데 따른 검찰의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 당일) 오전부터 대질 여부가 계속 거론됐고 노 전 대통령이 귀가한 후에나 브리핑이 예상돼 (미리) 오후 11시쯤 한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측에 미리 의사를 묻지 않은 것은 특별히 이해가 안갈 것은 아니고 당사자가 거부하면 못하는 것이지 의혹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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