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때 대비하자"..외화차입 재개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해외차입이 막히면서 극심한 달러 난에 빠졌던 은행들은 한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급한 달러로 연명해오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지난달 우리 정부가 30억 달러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차입 여건은 크게 호전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속속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다. 조달할 수 있을 때 미리미리 외화 곳간을 채워놓아 또다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한국물 외화채권 신용도 급속 회복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평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기준 213bp(100bp=1%포인트)까지 떨어져 지난해 10월 7일 207bp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작년말(316bp)과 비교하면 100bp 이상 떨어진 수치다.

CDS란 채권이 부도나면 이를 보상해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 금융상품으로, 부도 위험이 클수록 수수료 격인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5년 만기 CDS프리미엄은 지난해 9월까지 100bp대를 유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10월 27일에는 699bp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중국(100bp), 말레이시아(147bp), 태국(154bp) 등보다는 높지만 필리핀(252bp), 인도네시아(350bp), 베트남(337bp), 브라질(247bp) 등보다는 낮다.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도 지난달 9일 400bp에서 이달 1일 현재 351bp로 하락했다.

국내 은행들의 신용위험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한때 855b에 달했던 국민은행의 5년 만기 외화채권 CDS프리미엄은 5일 기준 280bp를 기록 중이며 신한 300bp, 우리 341bp, 하나 300bp 등이다. 외평채 가산금리나 CDS 프리미엄의 하락은 한국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조달 비용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의미다.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김동완 실장은 "대외적으로는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지난해 전년대비 41%가량 하락했던 세계 주가가 올해 3% 상승으로 반전된 점, 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살아난 점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외평채 발행,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 국내 은행들의 잇따른 외화 조달 등이 신용위험을 낮추는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들 "비 올 때 대비하자"..외화차입 재개
국제 금융시장 개선에 힘입어 은행들도 자체 신용으로 공모발행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단기자금 이외에는 빌리기가 어려웠지만 4월부터는 외국에서 '돈을 쓸 의향이 없느냐'고 접촉해 온다"고 전했다.

최근 은행권의 외화차입이 특징은 조달 방법과 통화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커버드본드는 유럽에서 활성화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첫 발행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모기지담보증권(MBS)과 비슷하지만 발행 은행이 해당 자산을 계속 보유하고 대출 채권도 은행 장부에 그대로 남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커버드 본드 투자자들은 발행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담보 자산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보장받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공모발행에 나서는 것"이라며 "새로운 외화조달 수단을 개척하고 유럽 등 새로운 투자층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도 최근 8천만 유로(1억600만 달러 상당)의 외화자금을 들여왔다. 올 초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던 국책은행들은 당분간 속도 조절을 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공모와 사모로 총 16억 달러의 외화를 조달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올해 장·단기 등으로 총 53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제일과 한국씨티를 제외한 국내 16개 은행의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익일물 제외)의 만기연장률은 4월 기준 110.8%로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만기 1년 미만 대외채무의 연장률은 작년 7월 106.4%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작년 10월 39.9%까지 추락했다가 작년 12월 60.7%, 올해 1월 92.6%, 3월 100.6%로 개선 추세에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 실장은 "아직 경기가 바닥을 확인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데다 세계적으로 주택가격 하락, 실업률 하락 등의 악재가 남아있어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은 달러 조달이 가능할 때 가능한 한 많이 구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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