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계가 빠진 수렁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파산한 크라이슬러의 회생 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임박설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CNN머니는 11일(현지시간)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관련 서류에는 새 차의 디자인과 제조 공정, 판매망 개선 등 다양한 기업 회생 방안이 담겼지만 파산 보호가 장기화하면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져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크라이슬러의 조업 중단은 부품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크라이슬러는 부품을 공급받고 45일 뒤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크라이슬러의 생산이 45일 이상 중단되면 납품업체들은 고정적인 수입원 없이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스콧 가버딩 크라이슬러 최고구매책임자(CPO)는 "이같은 지출과 수입의 불균형은 영세 부품업체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산보호 상태에서는 신모델 개발도 여의치 않다. CNN머니는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신 모델 개발에 나서야 하겠지만 수개월 내에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이와시신 크라이슬러 제조담당 부사장은 "최근 신 모델 개발에 필요한 전문 기술과 숙련 기술자들을 잃고 있다"며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신모델 개발에 걸리는 기간이 전보다 1.5배 이상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크라이슬러 조립 라인에는 2009년형 모델이 놓여 있지만 2010년형 출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파산보호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을 재개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산라인과 장비를 재가동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페인트가 골칫거리다. 이와시신 부사장은 "21일 내에 200만 달러를 들여 페인트를 제거하고 69일이 지나면 페인트를 교체해야 하는 데 여기에 드는 비용만 1500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재고 역시 부담이다. 피터 그레이디 크라이슬러 판매 담당 이사는 자동차 판매 비용의 20~25%가 딜러 인센티브로 돌아가는데 현재 3개월 공급량이 넘는 2009년형 28만6687대와 2008년형 3만6370대를 딜러들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딜러들은 크라이슬러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기간 이들에게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판촉 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팔고 있는 제임스 애리고는 크라이슬러로부터 받아야 할 리베이트가 63만9000 달러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CNN머니는 톰 라소다 크라이슬러 부회장이 그동안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것은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이 작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그가 파산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GM과 폴크스바겐, 도요타, 혼다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뿐 아니라 인도 타타모터스와 중국 기업들까지 찾아다니며 회사 매각의사를 타진했다.
한편 GM의 파산이 임박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리츠 헨더슨 GM CEO는 "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언급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협상이 겉돌고 있는데다 최근 파산 임박설이 잇따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GM의 임원들도 보유했던 GM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어 파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밥 러츠 부회장과 트로이 클라크 북미법인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은 모두 31만50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남아있는 보유 지분도 회사 내에서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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