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이 세계를 휩쓴 1920~30년대와 금융위기가 한창인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정보가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소식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 결과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대공황 시절 이상의 패닉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끊고 눈과 귀를 막으며 위기를 모른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정보의 홍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하늘을 뒤덮은 거짓 정보를 뛰어 넘어라(Soar above the skyful of lies)'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정보의 홍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몇가지 사항을 소개했다.
기업의 대다수 경영진들은 인터넷을 비롯한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24시간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첨단 통신기기에 대한 기업 임원들의 중독 정도는 앤드류-나다 카카배드스 부부 교수팀이 최근 수행한 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들이 간부급 직장인 12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약 25%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를 보내는 데에만 하루 3시간 이상을 소비했다.
또 중년층 이하 응답자들의 50% 이상은 휴대전화를 항상 켜 둔다고 답했다. 청년층 응답자의 75%는 자신이 첨단기기에 중독돼 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다만 스스로 첨단기기의 사용 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다양한 정보를 재빨리 실어 나르는 첨단기기의 사용이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보통 첨단기기를 사용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다른 기기와 접속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소음 및 정보로 인한 시간 낭비를 감수해야 한다. 때론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에 현혹돼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경영 컨설팅업체인 아켄허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앨러스테어 드라이버그는 "잠재적인 가치가 있는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어진 과제와 관련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무언가 유용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이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정보에 일일이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보 접근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물론 기업 내에서 필요한 정보에만 접속할 수 있도록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의 사용을 통제할 수도 있다. 임원회의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기업도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통제는 결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더 작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기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확산을 통제하는 '독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정보 통제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지난 2007년 9월 미얀마에서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시위 때도 입증됐다. 당시 시민들은 전 세계에 미얀마의 실상을 고발했고 군부는 이를 'skyful of lies'라며 폄하했지만 미얀마 독재 정권에 대한 반감은 급속히 확산됐다.
영국 언론인 닉 고잉도 전날 출간한 '하늘을 뒤덮은 거짓 정보와 검은 백조(Skyful of lies and black swans)'라는 저서에서 정보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오히려 기업 경영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으로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확산되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려는 기업의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정보 취약성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외부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 정보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기업의 CEO는 그 정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은 '냉혹한 시간의 심판대'에 던져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정보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잉은 기업 리더들에게 정보가 끊임없이 밀려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또 정보를 감추거나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정보를 통제하려고 하는 이들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기업 구성원이 새로운 정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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