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종합저축 유치전이 은행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판매 은행들은 최근 과당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일선 영업점은 물론 본사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감독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청약저축 '쏠림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최근 청약저축 등에서 병폐가 나타나고 있다"며 감독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청약저축 수탁은행인 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과 농협 관계자들은 지난주 회의를 갖고 지나친 영업활동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은행은 청약저축 유치 캠페인 기간을 한 달 단축하기로 했으며 다른 은행들도 무리한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일선 영업점에 하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 내용은 실제 영업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달 27일 각 영업점에 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28일에는 빠른창구 텔러(계약직)도 적·부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추가 하달했다. 청약저축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계약직 직원까지 동원하기로 한 셈이다.
하나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O씨는 "처음에는 입출금 업무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다음에는 전자금융, 이번에는 청약저축"이라며 "근로조건은 개선된 것이 없는데 업무 강도만 높아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약저축 판매 경쟁이 심화하면서 언론에서 실적 강제 할당, 가입비 대납, 경품 제공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언론에 의해 드러난 타 은행의 변칙 영업 행위를 가져다 쓰는 은행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청약저축 유치전이 이미 은행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된 이상 판매 열기가 쉽게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은행장들은 임원회의 등에서 경쟁 은행에 비해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고 질타하고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의 청약저축 담당자는 "다른 은행들이 변칙 영업을 계속하는 만큼 우리도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며 "은행장까지 직접 나서 실적을 챙기고 있어 과당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감독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감원은 1일부터 5일 동안 은행권의 청약저축 판매 실태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 유치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며 "어느 정도 과당 경쟁을 벌였는지도 점검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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