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보단 기본급 삭감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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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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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직원들의 의욕 상실과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기본급 삭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감원보다는 기본급 삭감이 더 나은 비용 절감 방안이라는 주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BW)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수십년간 기업들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직원들의 기본급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보너스를 줄이거나 임금 동결, 복지혜택 축소를 통해 위기를 모면해왔다.

인사컨설팅업체 휴잇어소시에이츠의 켄 어보쉬 북미지역 기업 보상 부문 대표는 "기본급 삭감은 감정적인 상처를 남기고 사기를 떨어뜨려 생산성을 낮추기 때문에 기업에서 기본급은 불가침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9개월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기본급을 삭감했다. 국제 화물 서비스업체 페덱스와 휴렛팩커드(HP) 미국 반도체업체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NYT) 등도 기본급 삭감 행렬에 동참했다. 대부분의 경우 평직원보다 고위 임원의 기본급 삭감 규모가 더 컸다.

휴잇어소시에이츠가 미국 주요 기업 5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16%가 이번 경기침체로 기본급을 줄였다고 답했다. 또 21%는 임금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1~2002년 불황 때 같은 조사에서는 임금을 삭감했다는 기업 수가 극히 적어 휴잇은 관련 보고서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기본급 삭감을 지지하는 이들은 치솟는 실업률을 감안하면 감봉이 해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금 삭감은 일자리를 나눠 동료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직원들의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임금 삭감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14년간 인사 부문을 담당했고 현재 사모펀드 투자회사인 클레이튼두빌리어&라이스에 자문역으로 있는 윌리엄 코내티는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며 "기억은 오래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았는지 여부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기본급 삭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이들이야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줄어든 기본급을 받아들이겠지만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스타급 인재들은 언제든 자리를 뜰 수도 있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행동경제학 교수는 "사람들은 집에 얼마를 가져가느냐보다는 동료들에 비해 얼마를 더 받는지를 중시한다"며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의 채용이 본격화되면 임금 삭감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다른 이들은 일률적인 기본급 삭감은 기업이 겁쟁이라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보상 대상과 해고 대상을 분명히 갈라야지 모두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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