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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3월 이후 거침 없이 뛰어오른 뒤 1400선 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경기지표 발표가 뜸해지는 5월 말부터 주가 조정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주가 상승은 세계 금융위기 완화 속에 펀더멘털 이슈인 경기모멘텀 회복과 기업이익 전망이 맞물리며 진행돼 왔다.
하지만 어닝시즌 이후 추가 상승을 이끌 뚜렷한 재료가 나오지 않으면서 조정기를 맞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펀드 환매로 수급 여건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5월 중순 이후 시장이 가격 조정에 들어가면서 핵심 이슈는 다시 미국발 금융위기와 달러화 약세, 원화 강세로 모아지고 있다. 미 금융위기가 대형은행 파산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 파산으로 실물경기 부담이 금융권으로 확산될 우려가 커졌다.
특히 국채 발행 물량이 증가하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이달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4%에 바짝 다가서면서 금리상승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상승은 달러화 약세로도 이어지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약해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반으로 조정됨에 따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환율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실물 경기 차원에서 환율 하락은 수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4월까지 대외무역을 통한 무역 수지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자체만으론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 실적에 부담을 주는 연결 고리가 된다. 상당수 상장기업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서 형성됐던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자칫 하향 조정된다면 증시가 짊어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기업실적을 지금 확인하긴 어렵다. 향후 확산되고 있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환율 변수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증시 조정과 함께 정치적 혼란도 가증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여ㆍ야 대립이 격화된 데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면서 국가 위험도마저 높아졌다.
정치적인 사안이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많지 않다. 단기간 긴장으로 마무리 되거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극심한 혼란으로 발전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경제 전반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계 대립 수준을 주시해야 한다.
이달 증시는 정체 기조로 흐를 공산이 크다. 다시 불거지고 있는 미국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과 대내ㆍ외적인 긴장관계가 경제외적인 면에서 불안심리를 다시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경기지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극단적인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실적 전망과 주가 수준이 일치되는 조정 과정을 겪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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