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들이 일감확보와 자금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안정적인 관급공사와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주력하면서 중견사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 여파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1년 가까이 중단되면서 개발사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 역시 세계 각국의 경기불황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회사채 발행까지 사실상 막혀 있어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인한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발주한 재개발과 재건축 물량 약 40건이 모두 대형사가 주관사인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중견건설사는 여러 건설사가 짝을 이룬 컨소시엄 속에 일부 포함된 것이 전부다.
한 중견건설사 홍보팀장은 "연 초에 재건축 수주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보강했는데 대형사 틈바구니에서 중견사들이 공사를 따내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최근에는 주택공사 도급사업도 수주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관급공사도 마찬가지다. 5월 공공공사 수주현황을 보면 대규모 공사 중 대형건설사가 수주한 규모는 절반이 넘는다. 특히 빅5건설사는 대규모 공사 가운데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인천과 대구 도시철도 등 2조여원의 입찰 물량 중 1조여억원을 수주했다.
최저가 낙찰제의 경우 덤핑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는 관급공사 가운데 예정 공사비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받는 것으로 부실공사 우려를 낳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제살깎기식 저가 수주경쟁이 계속될 경우 건설사의 경영난은 물론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저가낙찰제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PF대출도 중견건설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은행이 사업의 수익성을 우려해 대출을 꺼림에 따라 건설사로서는 보유한 토지가 있다 하더라도 개발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이 유보금은 증가하는 반면 대출은 꺼리고 있어 시중에 나도는 유동성 자금이 제대로 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86.6으로 한달 새 6.6포인트 상승했다. CBSI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저치인 14.6을 경신한 이후 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견업체는 78.1로 전달에 비해 오히려 13.8포인트 하락했다.
건산연은 대형건설사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중견건설사는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데다 SOC 투자확대에 따른 수혜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이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정책적 규제완화 뿐 아니라 실제 투자가 가능해지도록 자금대출, 보증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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