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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중소기업, '빈부격차도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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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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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님, 00기술센터 소장님이 추천해주셔서 전화드렸습니다. 충분히 인터뷰 기사 나갈 자격 되십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전화는 고마운데 지금은 시기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 기회에 하죠?” “ 전무님 추천하신 분 생각해서라도 응해주시죠”

“글쎄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닙니다. 회사가 무너져가는데 인터뷰가 무슨…”

며칠 전 한 경제 월간지로부터 기계금속분야 엔지니어로 20년간 한 직장에서 일하며 전무까지 된 중소기업 간부를 인터뷰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상대의 풀 죽은 듯한 목소리를 듣고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더 요청했다가는 ‘당신 지금 정신 있는 사람이야. 회사가 당장…’이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빈부격차. 언제부터인가 중산층이 가늘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일반 가정만이 그런 것은 아닌 듯 싶다.

작가 겸 경제잡지 객원 기자로 활동하면서 매월 두 세 곳의 중소기업을 방문하여 취재를 해온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소기업들에서 눈에 띄는 현상 하나가 바로 이 빈부격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인한 이번 불황기에도 마찬가지다. 잘 되는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문제가 없다. 사람도 계속해서 늘리고 매출 규모도 전년대비 50% 이상 아니 어떤 기업은 100% 성장한 기업도 있다.

대체적으로 틈새시장을 뚫어 경기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수출과 내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기업들이나 한 우물만 파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다.

그 중에는 시 외곽의 산업단지나 아니면 독립된 한적한 공간으로 공장건물을 신축 이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데 현장을 방문하면 그야말로 잘 나가는 외국계기업이나 대기업이 부럽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가 공장이야? 호텔이야?’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멋지고 화려한 외형은 기본이고 내부시설이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영화관, 홈 바, 체력 단련실, 넓은 잔디정원, 바이어 및 거래처 방문객 전용 숙소등을 둘러보면 한마디로 입이 벌어지고 만다.
 
하지만 반대로 늘 부채에 허덕이다가 도산하는 기업, 5년 전 보다도 오히려 규모나 직원수에서 작아진 기업, 몇 년간 적자 누적으로 언제 문을 닫을까 고민을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런 기업들은 직원들의 복리후생이나 기업의 시설물 변화에 신경쓸 여유조차 없다. 사장의 그늘진 얼굴을 보기가 민망스럽고 인터뷰 하려고 전화를 했다가 오히려 죄송합니다‘ 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끊을 때도 있다.

이처럼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게 오늘의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이다. 그렇다고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들에게 ‘너희들은 왜 늘 그렇게 힘드냐?’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쪼들리는 그들의 살림살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든 기업이든 힘든 이들은 결국 정부나 사회가 끌어안아야 한다. 그들에게는 대출이나 지원 자금을 통한 임시방편의 조치 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을 설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작가 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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