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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역공조 모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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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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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장 희 (학술원 회원, 이화여대명예교수)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경제 발전은 그 동안 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에 크게 의존해 왔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경제의 침체 현상은 대미 수출이 이들의 성장 견인차가 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였고 이를 계기로 미국경제중심의 經濟地形에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대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각국이 벌이고 있는 경기진작 정책은 치열하다. 우선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이번 대불황이 미국 금융 산업의 도덕적 해이와 미국산업 전반의 비효율적 운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자인하고 전대미문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까지 확대 된 이번 위기는 미국 단독으로 탈출 할 수 없다는 것도 자인하고 있으며 G20 정상회의를 선도하면서 까지 국제공조를 강조 하고 있다. 금융에 대한 철저한 건전성 감독과 신규제 (Re-regulation)체계를 구축하면서 재정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부실기업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향후 2년 동안 7,870억 달러 (GDP의 5%)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도 성장일변도의 발전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수출중심에서 수출과 내수진작을 병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 인프라 투자에 재정을 획기적으로 투입하고 있고 내륙지방의 자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취약한 중국의 금융제도가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전성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 감독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의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재정지출을 GDP 의 14%인 4조 위안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본경제도 이번 세계적 대불황의 여파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사실상 이를 탈피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은 극히 제한적이다. 금융정책, 재정정책 모두가 경기진작을 위해 더 이상 내 놓을 카드가 없다. 제로금리와 막대한 국가채무 때문에 정책적 수단이 소진 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정책을 재정비하고 엔화절하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회안전망 확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재정지출도 27조엔 (GDP 의 5%) 늘릴 계획이다.

동북아 (미국포함)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볼 때 이 지역의 “경제지형”이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정책적 공통점을 본다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금융규제와 감시의 수준을 높이며 보호무역주의는 배격하나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새로운 성장산업 (예: 신 환경산업)을 육성-확대 하며 각국이 산업의 전문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를 들여다 볼 때 1929-33년에 있었던 대공황시의 공황탈출 정책과 유사점 및 상이점이 발견된다. 유사점은 정부의 적극적 부양정책, 금융감독 강화를 통한 시장의 신뢰회복 노력, 국제무역의 확대원칙 고수 등이며 상이점은 G20 와 같은 국제 공조 노력이 확실하며 그 강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각국이 비교우위를 강조하며 국제적 분업화 (전문화)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동북아 (미국포함)지역에서는 확실하게 과거의 雁行型 모델 (flying geese model)에서 아이스크림콘 모델 (Icecream cone model), 즉 지역 국가들 간에 수직적 분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경제가 더욱 더 지식, 기술,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전문화 되어가고 있는가 하면 중국경제는 노동과 자원집약적 산업으로 성장의 동력이 집중 된다는 점이다. 일본과 한국은 그 중간 쯤 되는 산업구조를 형성 해 갈 것이다. 즉, 지역경제의 구조가 부득불 상생-공조-협력-분업의 모습으로 변형 되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 발 금융 쓰나미로 인하여 세계는 엄청난 경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이때 동북아지역에서는 상생-공조-협력-분업의 모델이 형성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기회삼아 우리나라는 기존의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면서 수출 가능성이 있는 우리 특유의 “인재집약형” 서비스업의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한국인 특유의 장점, 즉 단합정신, 봉사정신, 나눔정신, 자신감을 최대로 고취 시킬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권이 각별한 시대정신을 발현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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