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LG파워콤이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과정에서 지난 2006년 LG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를 동원, 할당 판매를 실시해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LG파워콤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원의 과징금 부과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이후 LG파워콤은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KT와 SK브로드밴드를 위협하는 초고속인터넷 3위 사업자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KT와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은 LG그룹이 LG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은 물론 협력업체들까지 할당 판매에 끌어들였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재 통합 KT 출범으로 통신시장이 과열되자 KT는 물론 SK까지 직원들에게 할당 판매를 강요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통합 KT가 1만명에 이르는 영업조직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그동안 할당 판매를 하지 않았던 SK그룹도 가세해 통신시장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통합 KT는 올해 초 본사 임직원 3000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영업직은 물론 비영업직에게도 자사 상품에 대한 할당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KT 영업직원들은 영업실적을 맞추지 못할 경우 3진 아웃제가 적용돼 구조조정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도 내부 직원들에 대한 할당 판매는 물론 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까지 동원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LG파워콤의 할당 판매를 손가락질했던 경쟁사들이 통신시장의 점유율 경쟁이 시작되자 할당 판매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통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영업직원들도 하기 힘든 가입자 모집에 비영업직 직원들이 동원되면서 이곳 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A통신사 한 직원은 "통합KT의 출범으로 사업자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통신상품에 대한 할당 판매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영업직은 물론 비영업직도 실적을 위해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B통신사 한 직원은 "가족과 친척은 물론 친구, 동창, 선후배 등 지인들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통신상품을 파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며 "하지만 실적을 위해 자비를 털어 경품까지 제공하며 가입자 모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통신사 직원들은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자사 통신상품을 쓰도록 독려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아예 통사정을 해서라도 가입자 모집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통신사 직원들이 할당 판매 실적을 맞추기 위해 지인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이들의 지인들도 불편함을 토로할 정도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 건전한 마케팅과 영업 수단을 정착시키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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