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 신용위기 새 '불씨' 되나

올 들어 주가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증시가 조정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더블딥(경기 재침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신용위기의 새로운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신용융자 잔액은 올 초 1조4000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말에는 4조원을 돌파하며 3배 가량 급증했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증거금을 받고 주식 거래를 위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주식이나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에 재투자하거나 생계비로 쓰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유가증권 담보대출 잔액은 올 1분기에만 4000억원 가량 늘었다.

신한은행의 주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099억원에서 지난 2일 현재 2333억원으로 12% 가량 늘었고, 같은 기간 펀드담보대출은 1294억원에서 1512억원으로 17% 늘었다.

하나은행의 펀드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53억원에서 6월 말 현재 461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급증했다.

저축은행권의 주식매입자금대출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330억원에서 6월 말 현재 450억원으로 37% 가량 증가했고, 지난 5월부터 주식매입자금대출을 시작한 솔로몬저축은행은 한달 새 100억원 이상 대출해줬다.

금융권의 주식 관련 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주식 및 펀드 수익률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가 급락으로 주식 및 펀드 가치가 하락하자 담보대출을 줄였던 금융기관들도 다시 대출을 풀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과열 조짐을 보였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기가 기대처럼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환율, 원자재 가격, 수출 등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질 경우 경기가 다시 한 번 고꾸라지는 더블딥이 올 수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블딥에 직면할 경우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으며 11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이나 펀드 수익률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반대매매에 나서게 된다. 반대매매란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회사가 담보를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이럴 경우 투자자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또 대출금을 모두 회수 당한 뒤에도 하락한 담보가치만큼 더 갚아야 해 빚더미에 올라 앉을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추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담보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주가가 1330~1400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 추가로 하락할 수 있어 대출 부실화를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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