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삼복'의 의미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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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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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이란 초복·중복·말복의 세 복날을 의미한다. 여름철 중의 가장 더운 세 날을 꼽아 이 날은 아예 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술이나 음식을 장만해 산이나 계곡 또는 바닷가로 나가 먹고 쉬며 여름철의 탈진한 피로를 푸는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여름휴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복(伏)날의 유래는 정설이 없다. 조선 중기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린 날’로 설명했다.

앞서 중국 후한시대 유희는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발동하려다 여름의 더운 화기를 두려워 해 복장(伏藏:엎드려 숨다)하는 날’로 오행설에 입각해 풀이했다. 요즘은 ‘개가 배를 땅에 붙이고 숨을 헐떡거릴 정도의 더운 날’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음력 6~7월 사이 20일간 초·중·말복으로 찾아오는 복날. 

복(伏)이란 글자를 살펴보면 ‘사람 인(人)’자 옆에 ‘개 견(犬)’자가 붙어있다. 개가 사람 옆에서 눈치를 살핀다는 모양으로 ‘살피다’ ‘엿보다’의 뜻이 있다고 자전은 적고 있다. 엎드리다, 감추다, 라는 뜻과 함께 굴복, 복종, 항복하다 등의 많은 쓰임이 있음도 올라있다.

한 자유기고가는 이를 두고 “개는 평소에 별 볼일이 없어도 항상 바삐 돌아다니는 놈인데 더위를 만나면 마루 밑이나 나무그늘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만 자는 꼴이, 더위에 지쳐 낮잠을 자는 사람을 닮은 것 같아 이런 글자를 만들지 않았을까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옛말에 겨울엔 월동(越冬), 여름엔 피서(避暑)라 했다. 결국 더위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이 눈치만 보며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우리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태양이 가장 뜨거운 이 시기를 ‘도그 데이(dog’s day)’라 해 개와 연관지었다. 그러나 도그 데이는 별자리와 관련 있을 뿐이다.

삼복 기간에 해와 함께 뜨고 지는 별이 큰개자리의 시리우스(Sirius)인데, 이 별은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밝게 빛났다. 서양인들은 복날의 더위는 태양의 열기에 시리우스의 열기가 보태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동·서양이 모두 삼복을 개와 연관시켰다는 것이 우연 치고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개고기 소비량에 대한 전국단위 통계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당시 한국추출가공식품 중앙회에 따르면 일 년 간 간 보신탕 등으로 소비된 견공(犬公)의 숫자는 모두 95만8800여 마리에 달했다.

무게로 환산하면 1만1500여t으로 닭, 돼지, 소, 오리고기에 이어 다섯 번째 육류 소비량이었다.

애완견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기피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즐겨 찾는 식품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어쨌든, 급작스런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올 들어 맘 편할날 없이 보낸게 사실이다. 따뜻하고 낮이 긴 여름은 당연히 열심히 그리고 땀 흘려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더울 때는 휴식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양과 양이 만나면 다시 음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

세상이 너무 밝고 너무 뜨거워 열을 받을 때는 개처럼 엎드려 숨고 빌고 쉬면서 처분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엎드려 참고 쉬고 처분을 바라는 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삼복)임을 기억하자.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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