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수신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을 막고 고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금리를 높인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간의 고금리 경쟁이 격화될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4~6%의 금리를 제공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부산은행은 연 4.25%의 금리를 지급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가입기간에 따라 3.8~4.1%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u-스타일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2년제의 경우 최고 4.5%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적금을 판매했으며 광주은행은 이달 말까지 플러스CD에 최고 3.9%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협은행도 오는 9월 말까지 3년제 예금에 5.0%의 금리를 지급하는 특판 예금을 판매 중이다. 특히 내년 개최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금메달 및 종합 우승을 달성하면 최고 6.1%의 금리도 가능하다.
이는 2%대에 머물고 있는 예금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2~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순수저축성예금의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4.26%에서 2월 3.25%, 3월 2.91%, 4월 2.86%, 5월 2.80% 등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한동안 4%를 밑돌던 저축은행들의 수신금리도 속속 인상되고 있다.
SC스탠다드저축은행은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 18개월 만기 정기적금에 기본 6.1%의 금리를 지급키로 했다. 제일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0.2%포인트씩 인상돼 5%대로 진입했다.
또 푸른저축은행과 프라임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5%로 높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자제했으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예금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와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월급통장이나 주가연계예금(ELD) 등을 앞세워 증권사의 공세를 막아낸다는 계획이다"며 "그러나 자금 이탈이 심해지면 결국 수신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칫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여력을 확충하고 떠나가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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