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민주주의의 상징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76세를 일기로 1일 타계했다.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베니그노 아키노 3세 상원의원은 "어머니가 이날 오전 3시 18분(현지시각)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16개월간 결장암으로 투병해왔다. 지난해 3월 결장암 진단을 받은 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은 아키노는 지난 6월 마닐라 마카티 메디컬센터의 집중 치료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암이 간까지 전이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필리핀 대통령궁의 세르지 리몬드 대변인은 정부가 1주일간의 국민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면서 아키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1933년 부유한 정치가문에서 태어난 아키노는 전도유망한 정치인이었던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와 결혼, 딸 넷과 아들 하나를 뒀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1983년 야당 지도자였던 남편이 암살당하자 정치에 뛰어들어 1986년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평화적 봉기를 이끈 뒤 집권, 비폭력 시위의 세계적인 선구자가 됐다.
'코리'라는 애칭으로 불린 아키노는 1986년 당시 남편의 암살이 마르코스 독재정부의 명령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100만명에 가까운 군중을 모아 독재정부를 무너뜨렸고, 당황한 마르코스와 그의 아내 이멜다는 국외로 도피해야 했다.
아키노는 당시 평화적 봉기를 이끌며 '현대의 잔 다르크'로 추앙받기도 했다.
집권한 아키노는 그러나 재임 당시에는 수차례 군부의 쿠데타 기도에 시달리면서 그다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1987년에는 대통령궁이 반대파의 박격포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를 6년 단임제로 제한시키는 등 헌법을 개정, 민주주의 토대를 다졌다.
아키노는 2001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시위에 참여했고, 이후 부정선거와 부패 혐의를 받은 글로리야 아로요 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집회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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