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일자리 잃는 비정규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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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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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7월 1일부터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다시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지 한 달이 되었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제정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가 우리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보호법으로 인해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이미 계약직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하면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어야 한다는 규정을 둔 이 법의 제정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 유인을 거의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대량해고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 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행 2년째를 맞아 해고 노동자가 발생하자 정부나 여당은 당분간 법 시행을 유예하자는 안을 내놓았으나, 이에 야당인 민주당과 노동계가 반대하여 해고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정치권은 임시국회에서 계속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듯했으나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였다. 비정규직보호법을 두고 연일 정쟁을 벌이는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실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간다.
 
비정규직을 볼모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 비정규직 근로자 약 90%가 취업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매일 300여 명씩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1998년 경제위기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어 현재 전체 노동자의 3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고용조정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정규직을 조정하려면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노조의 반발 그리고 퇴직 위로금 등의 비용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비교적 고용조정이 용이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비정규직의 활용을 늘렸던 것이다.
 
OECD는 “한국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를 축소하여 노동시장이 보다 유연하게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법만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법 조항에 따라 비정규직마저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강제한다면 가뜩이나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우리 노동시장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로 야기된 고용의 경직성은 기존 취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인력을 기계 등으로 대체하거나 생산시설 등의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의 보완은 정기국회로 연기될 전망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의 취지대로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현재와 같이 2년 내지 3년의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이를 폐지하고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담은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개혁을 행하는 데 있어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법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기에 앞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경제적 유인부터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기업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비정규직의 양산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지나친 고용보호의 해소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본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함께 나서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들은 이러한 노동계의 노력이 있을 경우 이를 토대로 화합적인 노사관계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으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psj@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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