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 후 규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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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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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오히려 늘어난 규제를 완화해 달라며 정부와 정치권에 불만을 쏟아냈다.

법 시행 반년을 맞았으나 금융위기 탓에 새로운 사업 기회 없이 제약만 불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적절한 규제로 금융위기 충격을 줄였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도 조기 안착시켰다는 입장이다.

아주경제는 26일 금융위원회ㆍ한국거래소ㆍ금융투자협회ㆍ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시행 6개월째인 자본시장법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과 향후 과제' 세미나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졌다.

◆"선진 투자은행 못 만든다"=금융투자업계는 현행 규제 아래에선 골드만삭스와 같은 선진 투자은행(IB)을 만들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국내 자본시장은 지나치게 많은 진입 규제를 가지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유력 투자은행(IB)이 나오려면 이런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 시행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신규ㆍ겸영 사업 인가가 제한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려면 업무단위 전체나 일부를 선택해 금융위로부터 인가를 얻어야 한다"며 "하지만 금융위기를 이유로 기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신규ㆍ겸영 인가가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회사에 허용된 지급결제업무도 반쪽에 그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법인과 개인을 구분하지 않고 금융투자회사에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했지만 이와 배치되는 내용의 하위 시행령과 이에 따른 금융결제원 업무규약 탓에 기업 고객은 이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박병주 금투협 상무는 "은행권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자금 이탈을 우려해 지급결제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지만 불합리한 제약은 점진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홍식 거래소 이사는 "파생상품 거래세는 업계나 거래소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전세계에서 대만을 제외하고 어떤 국가도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대만 역시 거래세 부과로 고객을 싱가포르에 뺏기면서 세금을 내리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면 파생상품에 대한 소득세부터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입법취지 실현했다"=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 반년만에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입법 취지인 영업자유와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법 시행 반년을 평가하자면 상당히 성공적"이라며 "법이 추구하는 영업자유와 투자자보호가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규ㆍ겸영 사업 인가도 업계가 원하는 속도엔 못 미치겠지만 단계적으로 허용하면 된다는 판단이다.

홍 국장은 "정부가 제약을 두고는 있지만 올해 41개사에 대한 사업 인가에서 25개사를 허용했다"며 "종전 2년 동안은 단 한 개 회사도 인가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이를 통해 경쟁체제를 강화하려던 목표 역시 어느 정도 이뤘다"고 덧붙였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금융위기 탓이란 것이다.

홍 국장은 "기대했던 만큼 변화가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며 "금융위기와 맞물려 세계적 IB도 연달아 문 닫는 상황에서 우리만 규제를 풀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하나가 홍콩에 지사를 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게 시작"이라며 "겨울을 지나 싹이 트려면 봄을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패널로 참여한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정부와 금융투자업계로부터 모은 의견을 향후 입법 과정에 반영키로 했다.

조문환 의원은 "올해 주가 회복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도 많이 줄었다"며 "이런 흐름을 반영하면서 자본시장법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희 의원도 "금융위기로 자본시장법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자자보호를 우선으로 한 규제는 필수적이지만 불필요한 제약은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ㆍ김선국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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