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전세값 급등 현상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넘어서 수도권 전 지역으로 퍼지고 있지만 정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향후 사용할 부동산 규제책의 '아웃라인'을 스스로 설정, 시장의 부동산 급등을 '용인'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
1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 강남이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좀 빨리 올라가고 있다"면서도 "국가 전체적인 거품은 없다"고 밝혔다.
권도협 국토부 차관도 이날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남 전세값 급등이 "올해 경기 회복세에 따른 것"이라며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권 차관은 "조만간 안정화 되는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낙관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이 같은 태도는 정부가 섣불리 규제에 나섰다가 부동산 시장을 다시 얼어붇게 해 결과적으로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한 지 두달만에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부동산 규제를 대폭 축소한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는 꼴이 되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국지적 현상"이라며 대응도 국지적으로 하겠다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허 차관은 "부동산 시장에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면 전국이 아닌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앞서 허 차관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대상이 서민 주택 가격일 뿐 강남 3구를 비롯한 고가 아파트는 아니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장관도 서울 강남권의 국세청이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그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부동산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지난 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2% 오르며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주 서울 강남구 집값 상승률은 0.72%에 달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시장 전체는 아니지만 특정 단지에서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유동성을 회수하거나 금리를 높이는 정책을 할 수 없는 만큼 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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