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은 지난 22일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와 2011년부터 25년간 최대 58억4000만 달러(약 7조600억원) 규모의 장기 수송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STX팬오션은 25년간 약 3억t, 연간 1200만t의 철광석을 운반한다. 단일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이번 계약의 운임이 평균 운임보다 너무 낮아 저가 수주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브라질발 중국 케이프사이즈(대형선) 평균운임은 t당 22~2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STX팬오션이 발레와 체결한 운임은 t당 12~15달러로 추정된다.
대형선 운임이 해당노선 평균운임보다 낮은 게 해운업계의 관례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도 STX팬오션이 체결한 이번 운임은 너무 낮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계약금액만 놓고 보면 운임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TX팬오션의 한 고위임원은 "일반적인 운임보다 낮은 것은 분명하지만 금융비용, 선복 투입량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며 저가 수주 논란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STX조선도 지난 6월 유럽 선사로부터 수주한 5만400DWT(선박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중량) 탱커선 8척을 3억4000달러에 수주한 바 있다. 1척 당 4250달러인 셈.
이는 지난해 8월 수주한 같은 규모의 탱크선 1척당 가격인 5350달러와 비교하면 20% 이상 싼 가격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일부에서는 STX조선이 덤핑 수주를 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STX조선의 지난해 영업율(3.1%)이 다른 국내 대형조선사들(7~12%)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왜 했을까
이런 가운데 STX팬오션의 이번 계약이 낮은 운임에도 그룹 차원에서는 상당한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STX팬오션은 이번 계약을 통해 벌크 부문에서 일본 대형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김대유 STX팬오션 사장은 "발레라는 초대형 화주와의 장기수송계약이라는 점에서 향후 여타 우량 화주들에 대한 영업도 훨씬 유리해질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현재 STX팬오션은 전 세계 선사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벌크부문에서 일본 대형 선사들에 이어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STX조선의 덤핑 수주 경우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 된다.
또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STX팬오션은 이번 장기 운송에 필요한 8척의 초대형원료운반선(VLOC) 확보를 위해 신규 발주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STX팬오션이 발주에 나선다면 STX조선의 수주가 유력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STX조선은 8억 달러 규모의 수주 대박을 터트리는 셈이다.
하지만 해양산업 전문가는 STX그룹의 이 같은 경영 전략에 대해 부실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자칫하면 그룹 주력 계열사인 조선과 해운이 동시에 부실에 빠질 수 있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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