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유기주 전 한국가스공사 상임고문·이태용 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등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글로벌 기업 도약에 강한 집념을 보여준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의 '미래 구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의 글로벌 첨병을 자임해 오던 아주캐피탈이 받아든 지난 2년간의 해외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 2007년 업계 최초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독립국가연합(CIS) 및 동유럽 지역 시장 교두보를 마련한 아주캐피탈은 중국·베트남·우크라이나 등에 잇따라 현지 사무소를 열며, 글로벌 광폭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들 해외 영업소들은 '리먼 쇼크'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9월 이후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서 철수했다. 중국 및 베트남 사무소도 1~2명 정도의 인원만 상주할 뿐 실질적인 영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결국 해외 진출을 통한 10조 규모의 취급고 달성이라는 아주캐피탈의 목표도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내수 시장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여서 해외 사무소 철수 결정을 내렸다"며 "올해 안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재개 혹은 확장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아주산업이 지난해 베트남 연짝(Nhon Trach) 공단에 설립한 9만8280㎡ 규모의 콘크리트 파일 공장인 아주비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아주비나는 베트남과 인근 캄보디아에 진출한 GS건설·포스코건설·금호건설 등 한국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글로벌 경제침체로 현지 건설 경기도 위축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아주비나의 가동률은 절반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개발·시행사인 아주프론티어의 중국 선양 개발 사업을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 및 호치민 빌딩 사업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전 세계적으로 위축되면서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등 아시아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레저사업 실패 전철 밟나
이런 가운데 재계 일부에서는 문규영 회장이 이전 실패의 전처를 또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회장은 최근 추진한 해외 진출에 앞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관광레저 사업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실상 관련 사업을 접은 쓰라린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 1986년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아주산업 대표로 취임한 문 회장은 이듬해인 1987년 서교호텔을 인수하며, 사업다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관광레저 산업을 사업다각화의 선봉으로 지목한 것.
하지만 이후 아주그룹의 관광레저 부문은 하얏트리젠트제주 인수건(2000년)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최근까지도 호텔 및 골프장 인수설 등이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진행까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였던 유진그룹이 인수·합병(M&A)이라는 카드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아주그룹은 해외 진출을 선택했다"고 강조한 뒤 "문규영 회장이 지금의 상황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보여줄지, 또한 아주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어떻게 이끌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김병용·고득관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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