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의 기업노트) 베트남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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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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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베트남 특파원을 지낸 김선한 기자가 쓴 《베트남 리포트》에 따르면 ‘베트남 민족의 86.2%를 차지하는 낑족(비엣족)은 몽고족이라는 게 정설’이며 ‘한국인과 베트남인은 피의 근원이 같다’고 한다.

게다가 베트남은 한국과 더불어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중국 문화, 특히 유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호치민 평전》의 저자 월리엄 J 듀이커는 자신의 책에서 베트남의 사회문화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과의 오랜 관계에 의해 정치제도, 문학, 미술과 음악, 종교와 철학, 심지어 언어까지 중국의 문화가 베트남 문화의 깊게 뿌리내려 ‘유교화된 베트남’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또 “베트남은 주민의 90%가 쌀농사에 종사하며 작은 촌락을 이뤄 살았는데 이런 사회에서는 근면, 개인의 요구를 집단에 복속시키는 태도, 안정적인 사회, 정치적인 위계를 중시했다. 유교경전 교육을 받은 훈련받은 관료는 베트남 사회의 핵심적인 존재였지만 상업과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그 결과 “베트남의 정치엘리트들은 유교경전에 대한 지식을 묻는 과거 시험을 통해 선발되었고 베트남의 유생들은 과거를 통해 입신양명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았다. 일부 몰락한 유생가문은 촌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이었다.”

여기서 베트남을 한국으로 바꿔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과거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한 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수많은 침략과 20세기 초반 식민 지배를 당한 역사적 경험도 같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상당히 친숙하고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흡사한 사회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20세기 후반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베트남은 외세에 맞서 30년 간 항쟁을 벌인 끝에 자주독립을 쟁취했고, 한국은 외세를 몰아내는 대신 외세와 손잡고 경제개발을 추진해 20세기 후반 그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두 나라는 역사의 구비에서 서로 안 좋은 기억으로 맞닥뜨린 적도 있다. 바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과 ‘라이 따이한’의 존재다.

하지만 역사의 큰 물줄기 속에 이런 기억들은 잊힐 것이다. 그저 한 나라가 20세기 초강대국 미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룬 나라로 역사에 기억된다면 또 다른 한 나라는 미국의 힘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룬 나라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이 대통령과 함께 SK 최태원 회장, GS 허창수 회장, 두산그룹 박용현 회장,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찬법 회장,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등도 베트남을 방문한다.

이들 CEO들은 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한편 자사의 베트남 사업장도 함께 둘러볼 계획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라 불리는 과감한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한 후 과거 한국이 걸었던 급격한 경제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는 5%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도 6%이상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베트남은 아시아 6대 석유생산국으로 꼽힐 정도의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게다가 두 나라의 문화적 유사성을 고려하면 어쩌면 베트남은 한국기업들에게 최적의 투자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CEO들의 베트남 방문이 20세기 들어 서로 다른 역사의 길을 걸은 두 나라가 행복한 공존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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