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의 단초인 신경분리(금융사업과 농축산물 유통사업 분리) 작업이 농협 자체안 마련으로 탄력을 받게됐다. 그동안 정부가 기다려온 신경분리 작업의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의 자체안이 갖는 함의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신경분리에 대한 이견은 좁혔다. 하지만 시기와 자금지원 등에서 정부와 농협안은 상당한 시각차가 여전하다, 특히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강경하다. 한마디로 풀어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은 오는 27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지난 15일 마련한 자체 신경 분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농협은 지난 15일 임시 이사회에서 신용사업은 2012년, 경제사업은 2015년으로 나눠 2단계로 분리한다는 자체안을 마련했다.
일단 자체안 마련에 성공한 것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정부안과 농협의 자체안은 상당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신용과 경제의 동시 분리를 추진한다는 기존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농협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과 관련 농협은 10조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3조6000억원을 내부 유보금과 조합원 출자로 마련하고 나머지 6조원 정도를 정부가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국민 세금인 재정 지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자산 실사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 규모를 확정짓는 것도 섣부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의 지원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신용과 경제 중 어느 사업에 지원금을 투입하느냐와 분리 이후의 지분구조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다르다.
농협은 신용사업으로 구성할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농협이 모두 소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농협개혁위원회는 중앙회 자본금을 경제지주회사에 우선 투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농협은 신용사업 중심의 신경 분리로 가닥을 잡고 있는 반면 정부는 농협의 본업인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해 경제사업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자금 집행과 지원 방식도 민감한 사안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6조원이 지원되더라도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처럼 자금의 일부가 대형마트 사업에 투입된다면 논리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6조원이 필요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정부에서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출자 방식인지 아니면 대출 형식을 취할 것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조와의 갈등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중앙회노조와 비정규직노조, 축협노조 등이 포함된 '반농업ㆍ반협동조합 신경분리 저지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7일 과천정부청사 앞 운동장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MB식 농협중앙회 신용-경제사업 분리 저지'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정부가 2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합의한 기존안을 무시하고 신용사업을 지주회사로 분리해 관치금융 안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27일로 예정된 조합장 대의원대회 저지투쟁을 신호탄으로 농협중앙회장 퇴진과 대정부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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