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관치금융으로 회귀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렸다.
금융위가 최근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선에 입김을 발휘한데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미소금융사업과 관련해서도 재계와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사퇴한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취임 이후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사퇴 압력을 가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전 이사장이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배치하지 않아 눈밖에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등 여타 공기업 사장의 후임 인선에도 금융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증권금융 후임 사장으로는 지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떨어진 박대동 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오는 28일 출범하는 한국정책금융공사 초대 사장에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떨어진 유재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내정되기도 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서 1조원씩 기부받아 재원을 조달할 계획인 소액신용대출사업 미소금융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미소금융에 대해 재계의 공감대를 끌어낼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재원을 재계와 은행에서 마련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계와 은행이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417개 금융회사의 대관업무 담당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당 수의 응답자가 금융위 출범 이후 정책이 오락가락하거나 전화 또는 구두 지시가 늘어났다고 답했다.
금융기관 감독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개 은행이 통화파생상품인 키코를 부실 판매한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렸지만 키코와 관련 은행과 기업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징계가 보류됐다.
한편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출이나 투자에서 간섭한 게 있느냐"며 "무슨 관치금융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전 이사장의 사퇴와 관련 "자의로 물러났다"라면서 간섭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오는 23일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관치금융 논란을 비롯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난에 대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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