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사업 성공하려면.."3재(災)를 넘어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10-21 17: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 마을에서 대대로  500년 넘게 살았습니다. 정부가 인근에 이주단지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고향을 잃고 헤매야 할 판입니다."

순흥 안씨 집성촌인 경기도 남양주 배양리 은골부락 주민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지난달부터 이 마을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할지 몰라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다.

50년 넘게 부천 옥길동에 터를 잡고 사업을 확장시켜온 KG케미컬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될 경우 직원들도 함께 이동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2차 보금자리주택 6개지구가 발표된 이후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지역까지 분위기가 들썩이고 있다. 수용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탄식과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려는 지자체의 불만섞인 목소리 등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해관계를 모두 고려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저의 예산으로 최단 기간안에 끝내야 하는 공공사업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계 당사자들을 이해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 중에서도 3가지 난재(亂災)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보상문제 해결해야 =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보상문제다. 수용방식인 공공사업에서는 토지보상 기준이 감정평가액이나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다. 시범지구 4곳의 경우 3.3㎡당 시세가 400만~500만원이지만 공시지가는 100만원도 채 안되는 곳들이 대부분이어서 토지보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최소한 15% 이상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힌데다 시범지구는 약 30~50% 저렴해 보상비를 올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시지가로 기준을 해도 4개 시범지구 보상비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7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지구별로 축사, 비닐하우스, 창고, 공장 등이 적게는 60여개, 많게는 100개가 넘는다.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전에 들어선 공장 몇 개를 제외하곤 대부분 불법 건물들이다.

대부분 영세한 공장이 즐비한 시흥은계지구의 경우 매화동 공업단지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고, 부천옥길지구(1330㎡)의 전체의 약 3분의 1 규모의 부지를 소유한 KG케미컬도 내년 본사는 서울로, 공장은 울산으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남양주진건지구에 약 15만㎡ 토지를 소유한 태극당은 보금자리지구로 편입되면 체육시설용지로 조성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지자체와의 갈등 없애야  =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에 대해 경기도 등 해당 지역 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경기도는 3가지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해당 지자체와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지구지정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공문서 등으로 지자체와 협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수립 권한을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광역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가 임의적으로 지구지정을 하고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녹지율이 신도시보다 훨씬 낮고, 인구밀도도 저밀도로 개발해 지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반면 국
토부는 "밀도와 녹지율은 지구지정시 지자체와 협의해 정하게 돼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기초단체들은 보금자리임대주택 건설로 저소득층의 지역내 유입으로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임대주택은 지역주민들이 우선순위인만큼 재정이 추가부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행권 다툼 막아야 = 지자체의 불만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서민주택 공급을 중앙정부 산하 기관인 토지주택공사(LH)가 모두 시행한다는 점이다.

이번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업시행권도 서울지역인 내곡지구와 세곡2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LH가 맡을 예정이다.

경기도가 권한 이양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슷한 사례로 서울시·성남시·하남시 등 3개 시가 포함돼 있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시행자는 LH지만 서울시와 하남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시행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많게는 연 2회씩 약 10차까지 발표하게 될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및 사업시행 권한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간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