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원들의 침체된 분위기를 진작하고, 조직내 환부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사장을 맡을 때 '경영혁신맨'으로 불리며 짧은 시간에 부실을 정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능력은 조직이 어려움을 겪을 때야 말로 빛을 발하며, 현재 우리금융이 가장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다.
올 들어 특별한 언론 활동이 없던 이 회장은 지난 16일 하나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합병(M&A)할 것이라는 루머에 대한 이메일을 전직원에게 발송했다. 이 이메일은 기자들에게까지 전달됐다.
이 회장은 이메일에서 "금융산업 재편 과정에서 논의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금융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돌고 있는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M&A설을 전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소문의 확대·재생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또 M&A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견제 카드로, 이 회장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위기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황영기, 박해춘 등 전 우리금융의 대표자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로 손실이 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징계나 자진사임한 것도 이메일 발송의 한 이유다.
이 문제로 우리금융 및 전체 계열사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침체돼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회장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은 지난 5월에도 조직 계파 문화에 대한 훈계를 이메일로 보낸 바 있다. 조직 내부 단속 및 파벌별로 불화가 있다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는 또 황 전 회장과 우리은행의 기관 징계 문제가 불거진 상황서도 해외 IR을 떠났다. 어려운 시기에도 의기소침해 할 필요없이, 자기 맡은 바 일을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실천한 것이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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