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중 SK가 지분율 가장 낮아...환상형 출자 기업집단 12개 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내놓은 2009년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 분석을 보면, 최근 1년새 그룹 회장이 있는 31개 대기업 집단은 계열회사를 동원해 지배력을 크게 강화했다.
이들 재벌 기업들의 내부지분율(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정도)은 지난해 50.95%에서 올해 53.01%로 2.06%포인트나 증가했다.
주로 계열회사 지분율이 전년 44.44%에서 올해 46.04%로 1.6%포인트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총수 지분과 비영리법인·임원 지분도 전년에 비해 각각 0.28%포인트, 0.17%포인트 증가했지만 그 폭은 미미했다. 총수 친족의 지분도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2.49%)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지정된 총수 기업집단의 경우, 전체 내부지분율 증가폭이 1.79%포인트였는데, 이 중 계열회사를 통한 지분 증가율이 1.59%포인트에 달했다.
장기적인 추세를 봐도 총수일가는 자신들의 소유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계열사를 통한 출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체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재벌그룹의 내부지분율은 지난 2004년 46.2%에서 올해 53.01%로 5년만에 6.8%포인트 증가했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상위 10대 재벌 기업집단의 총수 지분은 5.1%에서 1.1%까지 낮아졌지만, 전체 계열회사의 지분율은 같은 기간 33.4%에서 45.6%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은 기업집단은 SK(0.87%)였고, 삼성(1.07%), 현대(1.81%) 등은 소유지분이 1% 남짓했다.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OCI(25.41%), GS(18.95%), KCC(18.77%) 등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기업들의 지분율이 크게 증가한 원인은 전체적인 자본금 규모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이 많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재벌 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은 4.51% 수준이었다.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현상이 심화되면서, 총수의 지분이 단 1주도 없는 계열사는 82.2%인 810개에 달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단 1주도 없는 계열사도 전체의 69.7%인 687개사에 달했다.
2년 연속 지정된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지분이 없는 계열사는 737개로, 1년 만에 112개가 증가했다.
신세계(5.17%포인트), 효성(0.8%포인트), 현대자동차(0.25%포인트), CJ(0.17%포인트), 동양(0.14%포인트) 등 1년동안 직계가족 지분이 크게 늘어난 그룹은 대부분 자녀들의 지분이 증가에 따른 것이었다.
재벌그룹들은 특히 외부감시가 취약한 비상장사의 지배력을 크게 강화했다.
31개 재벌 그룹 가운데 비상장사의 내부지분율은 70.42%에 달해, 상장사의 내부지분율(39.57%)를 크게 웃돌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소유-지배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도가 늦었다.
환상형 출자가 형성돼 있는 기업집단은 12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 기업(9개)보다 많았다.
지주회사로 전환된 기업집단 중에서도 SK와 웅진은 여전히 환상형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재벌기업들의 금융 지배도 더욱 심해져, 21개 집단에서 78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15개 집단의 37개 금융사가 다른 계열사나 금융회사에 출자한 규모는 2조2718억원 수준이었다.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환상형 출자구조의 주요 고리로 자리잡고 있었고, 롯데 역시 롯데쇼핑의 환상형 구조에 롯데카드가 자리잡고 있었다.
동부는 동부화재, 동부증권, 동부캐피탈, 동부생명 등 4계 계열사가 환상형 구조를 이루는 데 관여돼 있었다.
2년 연속 지정된 기업집단 가운데 지난 1년동안 6개 집단이 9개 금융사를 늘린 반면, 2개 집단 만이 3개 금융사를 줄였다.
이들 기업집단들의 금융사들이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규모는 지난해 3689억원에서 올해 3834억원으로 145억원 증가했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출총제가 폐지되기 전의 현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확대는 더욱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10월 현재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는 1년만에 1044개에서 1,153개로 109개 증가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3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올해부터 소유지배 괴리도와 의결권 승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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