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선임행정관들과 청계천 산책 등 공직기강 다잡기 나서
미디어법 후속조치는 여당에, 세종시는 정운찬 총리에 맡길 듯
예산안 정국서 정치권과 ‘거리두며’ 친서민행보 박차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0.28 재보선에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참패한데 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애매모호한 개정된 미디어법에 대한 유효 판정을 내림에 따라 정국이 냉각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해이해진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부터 다잡았다.
재보선 직후인 지난달 31일 이 대통령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홍보수석 등 청와대 선임행정관 이상 참모 80여명과 함께 청계천을 산책했다. 국정운영의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보폭을 맞추자는 의미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는 이들과 함께 확대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 직원들은 맨들맨들한 차돌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며 “실수가 있다고 해도 튀어야 한다. 튀면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풍파에 익숙해진, 바닷가에 흔해빠진 차돌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면 발전이 없다”며 창조적인 발상을 강조하면서 “내년 2월이면 (집권) 3년차가 되는 만큼 보다 성숙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국정 지지율 상승으로 ‘청와대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참모진의 정신무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공직기강을 다잡고 나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재보선에서 수도권, 충북 등 서부벨트 대승의 여세를 몰아 민주당 등 야권은 대여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태세다. 야권은 세종시와 4대강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올인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여권이 4대강이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 기존과 변화된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선을 앞두고 남은 7개월 동안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절박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내년에 완전한 경기회복 국면을 이끌어야 조기 레임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며 “세종시 수정 등 최대 현안을 조기에 매듭짓고 정국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미디어법이나 세종시 논란에서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법은 헌재 결정이 난 만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후속조치 마련을 독려할 예정이며, 세종시 문제도 정운찬 총리가 먼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산안을 놓고 여야 갈등이 치열해질수록 이 대통령은 친서민행보에 주력하면서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며 “논란에도 묵묵히 일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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