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빅뱅'이 가시화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발언에 따른 외환은행 인수전으로 금융권 새판짜기의 불이 당겨졌다.
금융권 뿐만이 아니다. 주요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기업 매물들도 상당해 2010년은 '인수·합병(M&A)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기업과 은행의 자산 가치는 외환은행 5조~6조원, 대우인터내셔널 3조원, 하이닉스 4조원, 대우조선해양 3조~4조원, 현대건설 4조원 등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강 행장이 M&A 대전의 물꼬를 텄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서 열린 G-20 컨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3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이 공식석상에서 특정은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인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큰 강 행장에게 그만큼 외환은행의 인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 IB은행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M&A와 관련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특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민 회장 역시 외환은행에 대한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어서 앞서 강 행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과 산은지주 양측 모두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소매금융에서는 강점을 나타내고 있지만 모자라다고 평가받는 기업금융과 외환 부문을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산은지주 또한 국내 점포가 40여 개에 불과한데다 소매영업 기반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수신기반과 영업망 구축을 위해 외환은행은 놓칠 수 없는 목표다.
여기에 최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로 어수선한 농협이 뛰어들 경우 외환은행 인수전은 국민·산은지주·농협 3파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또한 금융권 지각변동의 중심이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경영권과 상관없는 지분 23% 중 7%를 블록세일로 매각할 계획이다.
또 지배주주에 대한 매각도 내년 상반기에는 시작할 예정으로 우리금융 인수에는 5조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오는 25일 채권단이 주주협의회에서 공개입칠방식 재매각 안건을 의결할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12월 중 매각주관사가 선정될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M&A가 기다리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다음달 3조원 규모의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에 돌입할 계획이며 현대종합상사와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면 현대건설 역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년 사이 단기자금이 90조원 이상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M&A 시장에 상당한 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시중의 단기자금은 약 64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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