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서울 외곽에서 150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사업을 준비 중인 시행사 L사장은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제법 이름 있는 중견 건설사와 협의를 끝내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열심히 금융권을 돌다 만난 한 사람 때문이었다.
해외 유명 은행의 본사 직원이라는 이 사람은 빌릴 자금의 1%를 보증보험 수수료로 주면 본사 자금을 바로 끌어다 주겠다고 유혹했다. 워낙 돈 빌리기가 어려워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
L씨 처럼 최근들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시행사를 대상으로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접근해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돈만 가로채고 사라지는 사기 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건설업체의 사정을 이용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자금줄이 막힌 중소형 시행사들이 사기 위험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당초 저축은행에서 일반은행ㆍ증권회사로 확대하면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시행사가 다급한 마음에 사기에 넘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꾼들은 해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한다며 일정 금액을 요구하고 만약 대출이 안되면 60일 이내에 반납해 주겠다고 속이며 영문 신용장, 유명 은행의 지급보증서 등을 위조해 피해자가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디벨로퍼협회 관계자는 "예전부터 자금 사정이 안 좋은 시행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 행위는 계속 있어 왔다"며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깊어지며 이런 종류의 사기 행위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 관련 인터넷 클럽 등에도 사기를 당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탈출구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사기에 걸려드는 것이다.
교묘하게 만들어진 인터넷 홈페이지도 사기꾼들이 잘 쓰는 수법이다. 외국 서버에 제법 그럴 듯한 금융 회사 사이트처럼 꾸며 놓으면 초보 시행자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부동산개발사업 인터넷 클럽 운영자인 장인혁 성장과 미래(시행사) 분양사업본부 이사는 "아마 실제로 드러나지 않는 소액 사기 피해는 정말 많을 것"이라며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직접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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