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이 회장 퇴진 이후 삼성은 2년 가까이 이렇다 할 장기전략과 투자를 시행하지 않았다. 거시 경영을 이끌었던 이 회장이 물러나고 이를 보좌했던 전략기획실마저 해체하면서 사실상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삼성은 단기적인 시나리오 경영을 펼치며 상황에 대응하는 경영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회장 복귀 이후 5주만에 삼성은 빠른 속도로 미래 준비에 나서고 있다. 17일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단기 이슈에 연연하지 않고, 수년 후를 내다보는 경영을 하겠다는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전 것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내년 이후 세계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같은 규모의 투자를 함으로써 이 회장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회장은 이날 투자계획 발표에 앞서 지난 10일 자신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신사업 추진과 관련한 사장단회의를 갖고, 2020년까지 신수종 사업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새로운 먹을거리 사업에 대한 삼성의 ‘기회 선점’ 전략이 시행되고 있는 것. 전자 계열사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10년 전 디스플레이에서 전지사업으로 변신하는 모험을 성공하며 그룹 내 혁신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삼성SDI는 14일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최치훈 삼성SDI 사장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성공시킨 DNA를 바탕으로 리튬이온 2차전지 사업에서도 세계를 제패하자”며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SDI는 △소형전지 세계 1위 달성 △전기자동차용 전지 신규수주 확대 △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ESS) 사업에서의 협력관계 구축 등으로 전지사업에서 1위를 목표로 삼았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도 2012년까지 2조5000억원을 들여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제조 라인을 건설, TV용 패널 양산에 나선다. 기존 휴대폰 등 소형 패널 시장에서 더욱 큰 시장으로 진출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AMOLED 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CD 유리기판업체인 삼성코닝정밍유리도 14일 사명을 삼성코닝정밀소재로 바꾸고, 첨단무기와 에너지, 친환경 소재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코닝은 50%를 넘나드는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지난해 순이익만 2조60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계열사들이 기존 수익에 만족치 않고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속속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같은 삼성의 변신에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그간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영진들이 과감한 경영을 펼치기는 부담이 컸다”며 “복귀 후 이 회장이 미래에 대비한 공격적 투자를 주문함으로써 삼성은 향후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도 일조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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