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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
다윈의 사상은 당시 종교론과 자연과학, 인문ㆍ사회과학에 두루 영향을 끼쳤다.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영국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도 다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적자생존'의 대표적인 무대로 비즈니스 세계를 꼽을 수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나 브랜드, 잘나갔던 기업 가운데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단기간에 '배아'에서 거대한 공룡으로 급성장한 기업은 부지기수다.
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의 생존여부 역시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창립자인 브루스 헨더슨은 "(기업에 있어) 다윈은 어떤 경제학자보다 훌륭한 경쟁 가이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롤드 서킨 BCG 시니어 파트너는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서 기업의 성공을 위해 경영자가 알아야 할 다위니즘의 개념과 적용사례 등을 소개했다.
◇자연선택
자연선택은 보통 적자생존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물갈퀴발이나 두꺼운 털, 보호색과 같은 유전적 특징을 가진 개체는 특정 환경에서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는 고전하다가 결국 도태된다는 이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남은 개체는 유전적 특징이 누적돼 더 강력한 개체로 거듭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산비용을 낮춘 제조업체나 최적의 납품망을 확보한 대형 소매업체, 유동성이 풍부하거나 스피드 경영이 강점인 기업 등은 경쟁사에 비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이런 독보적인 경쟁력이 기업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위선택
인위선택의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이 만든 환경에 따라 유전적 형질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늑대가 가축화되면서 다양한 품종의 개로 파생된 게 인위선택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세상을 뜬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2차대전 직후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밀 품종을 개발한 데도 인위선택 개념이 적용됐다.
비슷한 사례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제약업체들은 연구개발(R&D)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신약이 제약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임상실험과 특허독점에 대한 비난여론 등을 감안해 R&D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아웃소싱한 채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인위적인 환경에서 새 업종으로 등장한 게 PPD와 퀸타일스(Quintiles) 등의 위탁연구기관(CROㆍ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이다.
◇보호
인류는 법과 규제,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에는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금융위기로 벼랑 끝에 몰렸던 미국 자동차기업과 금융사, 항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서킨에 따르면 다윈은 이런 개입이 진보의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 그 역시 수십년 후 경제사학자들은 이번 금융위기에 각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이들을 구제한 것이 비싼 대가를 치렀다며 비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킨은 20세기 초에 이런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면 대로에는 여전히 마차가 다니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혁신의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유종ㆍ침입종
고유종은 해당지역에서는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지만 지역을 옮기거나 비토착 포식자에 노출되면 멸종에 이르게 된다. 주류사업은 전 세계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광업이나 해운항만업은 아무데서나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나 지역이 가진 고유한 특징 역시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터키가 흑해, 마르마라해, 에게해, 지중해 등 4개의 바다에 접해 있는 지역적 특성을 내세워 요트생산의 허브를 자처하고 있다면 미국은 특유의 개척자 정신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세제 및 규제 강화 움직임은 경영상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지만 고유종인 토종기업들에게는 외국 경쟁사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보호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침입종은 고유종을 멸종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고유종의 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승승장구했던 미국과 일본, 유럽 제조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신흥국 기업들의 시장진입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도 고유종과 침입종의 대립구도와 다를 게 없다.
서킨은 기업가들이 다윈의 '진화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다음 세 가지로 압축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경쟁사는 강점도 있지만 약점도 있다' '인수합병(M&A)과 협업,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라'가 그것이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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