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 및 서민대출 확대에 적극적이다. 정부가 상생경영·친서민 기조를 내세워 대기업들을 압박하면서 은행들도 불가피하게 동조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늘어난 차입금을 소진하면서 부실채권비율도 낮추려는 숨은 배경도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하반기(7~8월) 들어 3조원 가량 급증했다. 추석 특별자금까지 합치면 대출 증가액이 10조원에 육박한다.
서민대출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서민 전용 대출상품의 금리를 최고 1%포인트까지 인하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를 한시적으로 폐지키로 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서민대출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은행권은 경기 불확실성과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의 이유로 중소기업 및 서민대출을 늘리는 데 난색을 표했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하반기 들어서다.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상생경영·친서민 쪽으로 바뀌면서 이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 지난 1~7월 중 발행된 은행채는 총 21조9467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19조6572억원)보다 12%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총 발행액(30조7328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올 들어 채권 발행을 늘린 것은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신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7월에만 5조200억원이 신규 발행되는 등 올해 은행채 발행이 많이 늘었다"며 "영업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선 은행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축은 상황을 바꿔 놓았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 시중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채권 수급이 원활한데다 수신까지 몰려 여유자금이 많다"며 "우량 중소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은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부실채권비율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거나 전체 대출잔액을 늘려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은행권은 충당금 적립에 적극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실채권비율 계산시 분모에 해당하는 총여신 규모를 늘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부실채권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며 "최근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는 배경 중에는 부실채권비율을 낮추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늘리더라도 리스크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출잔액을 늘리면 부실채권비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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