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의 자금 단기화 현상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협의통화(M1)가 광의통화(M2)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월 말 현재 24.34%로 지난해 12월 말의 24.85%에 비해 0.51%포인트 하락했다.
M1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저축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자금을 가르킨다. M2는 M1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및 부금,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만기 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포함한 개념이다.
M2에서 M1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완화했다는 의미다.
이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통화당국이 대규모 유동성을 풀며 지난해 1월 22.88%에서 같은해 6월 24.86%까지 급등했으나, 올 들어 1월 24.35%, 2월 24.47%, 3월 23.92%, 4월 23.84% 등으로 내리막을 긋고 있다.
M1 자체만으로도 지난해에는 연간 16.3%(전년동기 대비)에 달했으나 올 4월 10.8%, 5월 10.9%, 6월 10.5% 등으로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완화추세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가파르다.
미국의 경우 이 비중이 5월 말 현재 19.94%로 지난해 12월 말의 20.15%에 비해 0.2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일본도 같은 기간 46.43%에서 46.25%로 0.18%포인트 빠지는데 불과했다.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인 대만은 35.68%에서 35.37%로 0.31%포인트 축소됐다.
유로존의 경우는 남유럽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푼 영향으로 55.14%에서 56.14%로 1.00%포인트 늘었다.
주요 경제국 중 한국보다 단기화 완화가 빠른 곳은 채권금리 인상 등 재정 긴축을 서두른 중국(0.64%포인트)과 올 상반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호주(0.92%포인트) 등 소수에 불과했다.
한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단기 자금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견조한 경기 회복으로 투자 대기성 자금이 제 갈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2로 나눈 통화유통속도는 올 1분기 0.713로 지난 2008년 3분기의 0.748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분기에는 0.730대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실물경제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단기부동화 현상이 문제시 됐으나 경기 호전으로 시중자금이 주식 등을 통해 실물쪽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경제가 미국·유럽·일본 등 여타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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