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국은 대전환의 고빗길에 섰다. 올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57)이 차기 대권을 물려받기 직전의 1년으로 국가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는 시진핑 부주석이 주석직에 오를 2012년 제18기 전국인민대표자대회(중국 공산당 18대)를 준비하는 숨가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시 부주석은 제18기 전대회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그리고 현 후진타오 주석에 이어 중국의 5세대 지도자에 등극하게 되며, 이를 앞둔 올 한해 중국 사회에 내재해 있는 수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묘책을 도출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해결이 시급한 가장 큰 현안은 중국의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이다. 이미 지난해 빈부 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인식하는 중국 소외계층의 불만 표출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중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연쇄 칼부림 사건'이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한 소녀가 벤츠나 BMW 등 고급승용차를 벽돌로 위협했던 등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미 연간 사회적 소요만 매년 10여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가파르게 치솟았던 생활물가는 서민생활을 힘겹게 했으며, 이로 인한 사회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올해 역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중국 근로자들의 노동쟁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중국 광둥(廣東)성 지역의 경우 대만의 전자업체인 팍스콘과 일본의 혼다 자동차를 비롯한 외자기업들을 중심으로 노사분규 물결이 일어 근로자들의 임금이 평균 20∼30%가량 인상된 바 있다.
미국 미시간대 메리 갤러거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노사분규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중국의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중국의 정치·경제에서 진행 중인 구조변화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서민경제를 위한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특히 물가상승률의 경우 올해 초 6%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연간 전체적으로도 4∼5%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등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이미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2월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루정웨이(魯政委) 흥업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금리인상은 올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외국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인민은행이 올해 최대 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중국 당국의 입장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규획(12·5규획, 2011~2015년)에도 반영된다. 중국 정부의 12·5규획 경제운영 기조는 내수 진작과 민생 보장의 2대 중점사안에 집중돼 있다. 또한 '도농간, 계층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위안화 절상 문제 역시 민생 보장과 내수진작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는 아직 노동집약 산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은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대규모 해고사태로 번질 수 있다. 대량 실업은 사회 불안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에 꿋꿋하게 버티면서도 국제사회의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내부 문제들이 정치적인 문제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사회 통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도 2011년 중국 정부의 숙제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중국 정부의 민감한 반응은 중국의 민주주의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켰다. 또한 이를 두고 중국의 지식인 계층에서 중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중국 당국은 정치 자유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도 유연한 자세로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지속된 소수민족 문제도 중국 정부가 봉합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55개의 소수민족이 있으며, 이들은 약 1억3000만명으로 중국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특히 방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민족 분열의 화약고'라고 불릴 정도로 한족과 갈등의 골이 깊다.
2008년과 2009년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는 수백명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유혈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에게는 두 자녀 이상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고,대학 입학시험에서도 가산점을 주는 등의 통합정책을 펴고 있지만 소수민족 분규는 늘 휴화산으로 잠복해 있다. 올해의 경우 베이징 올림픽이나 상하이 엑스포, 광저우 아시안게임 같은 사회통합용 국가적 대형 이벤트가 없다는 점도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어려움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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